“국토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신증여지승람’이라는 지리서를 냈는데, 이 안에는 어디가 경치가 좋고, 어디에 무슨 특산물이 나는 지를 기록했죠. 국가가 지리서를 펴내는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고, 지리서를 통해 국토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애정은 다시 커집니다. 동해안 팔경 선정은 국민들에게 국토 사랑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스포츠동아·동아닷컴·강원도청이 선정한 ‘동해안 팔경’의 선정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신봉승 석좌교수(추계예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영상시나리오학과)는 이번 선정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단순히 관광 자원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국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정하는 과정 또한 잘 됐다고 강조한다.
특히 네티즌이 선정에 참여한 점은 획기적이라고 얘기한다.
“심사위원장인 제 자신이 이 지역(강릉) 출신이라 뭐가 빠지면 안 되고, 뭐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어 처음에는 우려를 했습니다. 하지만 1만5000여명 이상의 네티즌이 골라준 게 굉장히 정확했습니다. 시군에서도 의견을 내고, 이런 모든 여건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엄중하게 정했는데 아직까지 시군에서 반발이 없는 걸 보면 잘 정했다고 볼 수 있죠.”
동해안 지역은 백두대간의 척추에 해당한다. 여기에 동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은 예부터 명승지로 유명했다. 송강 정철은 이런 곳을 ‘관동별곡’이라는 책에 경치와 풍속을 담아 추앙했다. 동해안 팔경 또한 관동팔경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관동팔경과 동해안 팔경의 차이는 뭘까.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팔경도 변하는 겁니다. 관동팔경은 누각 중심입니다. 경포대를 예를 들면 옛날 사람들은 경포대에 다섯 개의 달이 뜬다 하면서 누각에서 노는 것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러지 않죠. 정철의 관동팔경은 400년 유효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롭게 동해안 팔경이 된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선정한 동해안 팔경은 20년, 30년 후가 되면 또 변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신 교수는 대한민국에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국토는 방치하면 안 되고, 계속 닦아야 아름다워진다고 믿는 신 교수는 동해안 팔경을 관광 벨트화 하는 행동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노력 또한 중요하다.
“스위스나 프랑스에 가서 보면 버스가 알프스에 들어갈 때 시골길로 가는데 눈이 치어진 길을 찾아가는 걸 보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 운전기사는 어느 지역이 눈을 빨리 치우는지를 아는 거죠. 팔경을 고르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고, 국가 전체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인터뷰 말미 신 교수는 해외 어느 바닷가를 가도 동해안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관광 벨트화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날, 신 교수의 입가에는 다시 한번 미소가 피어날 것 같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강원도·스포츠동아·동아닷컴 선정 동해안 팔경] 동해 무릉계곡 명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