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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팬텀씨]Q:공연장 에티켓 안내, 재미있는 사례 많던데…

입력 | 2009-07-02 02:59:00


―공연 시작 전 휴대전화를 꺼 달라, 음식물은 안 된다는 공연장 에티켓 안내를 재미있게 변형시킨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어떤 사례가 있는지요.(송민지 씨·24·서울 성동구 행당동)

A: “휴대전화 쓰면 한 인생 ‘아작’납니다” 자막도

안내방송 없이 전화 벨소리를 몇 차례 들려주면 관객들이 휴대전화를 끄는 나라도 많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강국답게 우리 관객은 공연 도중 외부와 연결되는 끈을 놓기 싫어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은 특히 소극장 공연에서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는 익살스러운 호소와 애교 넘치는 ‘협박’이 섞인 안내를 내보냅니다. 코믹 연극 ‘라이어’의 경우 배우 중 한 명이 무대에 올라가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계시냐고 묻습니다. 관객은 대부분 묵묵부답이기 마련이죠. 그러면 배우는 “역시 많은 분이 갖고 계신 것은 아니네요. 휴대전화를 갖고 계신 귀빈층 세 분만 전원을 꺼주세요”라거나 “연기하던 배우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포즈를 취하려는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라는 말로 관객의 마음을 엽니다

아예 콩트 형식의 막전공연을 벌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성 풍속을 그린 연극 ‘마리화나’에선 막전 무대에서 검은 한복을 입고 복면을 쓴 배우가 팬터마임을 곁들여 스케치북에 쓰인 안내문과 공연 용어를 설명합니다. “휴대전화의 작동을 정지시켜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나오면 복면 남자가 마분지로 만든 휴대전화 모형의 ‘정지’ 버튼을 누릅니다. 그래도 전원을 끄지 않는 이들을 위해 “정지시켜주십시오”가 반복되면 복면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정지 버튼을 눌러댑니다.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에선 출연 배우 6명 중 4명이 ‘어느 작곡가의 눈물’이란 막전공연을 펼칩니다. 작곡가가 휴대전화 벨소리 때문에 데뷔작 첫 공연이 엉망진창이 돼 정신질환에 시달린다는 내용입니다. 이 공연이 끝나면 무시무시한 자막이 나옵니다. “공연장 내의 휴대전화 사용은 한 사람의 인생을 ‘아작’낼 수 있습니다.”

남녀 주연배우의 노출 장면을 불법으로 촬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 검색대와 사물함을 설치하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은 검색에 응한 관객에게 ‘NOW, I AM FREE’(이제 자유)라고 적힌 배지를 나눠주고,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에 주연들이 출연하는 안내 영상을 방영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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