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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대덕밸리 사람들한국전자통신硏 문기영 박사

입력 | 2009-07-02 06:42:00


“과학이 범인 잡는다”

#장면 1

고도의 훈련을 받은 암살요원 제이슨 본(맷 데이먼 역)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감시망을 피해 군중 사이로 숨어든다. 하지만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금방 찾아낸다. 본부의 연락을 받은 CIA 요원들이 곧바로 그를 추적한다.

#장면 2

흉악범의 얼굴이 CCTV에 찍혔다. 경찰은 30여만 건의 범죄자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동일 전과자를 육안으로 일일이 대조한다. 그러는 사이 흉악범은 이미 멀리 달아나 버렸다. 2차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신이 인간에게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을 주었다면 ‘휴먼인식기술’은 인간이 기계에게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을 주는 것입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문기영 바이오인식기술연구팀장(46)은 영화(본 얼티메이텀)와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뒤 웹(Web) 보안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카메라에 찍힌 사람의 얼굴과 데이터베이스(DB)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같은지 다른지를 가려내는 ‘휴먼인식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본래 얼굴과 지문, 홍채(눈의 동공 주위에 있는 도넛 모양의 막)를 활용한 출입통제기 등의 보안시스템을 연구하던 그를 ‘범죄와의 전쟁’에 끌어들인 것은 경찰이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방경찰청은 ETRI에 휴먼인식기술을 통한 범인 검색 기술을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문 팀장은 CCTV에 포착된 사람의 얼굴을 경찰청 범죄인 DB에 연결해 자동으로, 빠른 시간 내에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휴먼인식기술이 높아지면 불과 수초 만에 수십만 건의 대조도 가능하다. 현재는 얼굴이 정면에서 좌우로 15도까지 틀어진 범위에서만 가능하지만 조만간 측면의 얼굴만으로도 70% 가량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스템을 순찰차에 장착하면 경찰은 순찰을 하면서 거리를 걷는 사람들 가운데 수배자를 가려낼 수도 있다.

“얼굴로 사람을 인식하는 것은 지문으로 사람을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지문은 10억 개 가운데 하나 정도가 같다는 것이 학계의 보고입니다. 얼굴은 1만 명 가운데 거의 같은 사람이 한 명씩 있죠. 이런 확률이라면 30만 명의 DB 가운데 30명 정도를 일단 추려낼 수 있죠. 거기서 용의자를 찾아내는 것은 그래도 간단한 일입니다.”

경찰과의 협약으로 그의 연구도 탄력을 받고 있다. 정보보호진흥원에서 2000명의 얼굴 DB를 확보하긴 했지만 더욱 다양한 얼굴 DB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인식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DB의 확보다.

“중국은 정치범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 미국은 테러범이나 범죄자들의 DB를 연구 목적으로 제공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그 때문에 그동안 난관이 적지 않았어요.”

문 팀장은 “국내에도 CCTV가 3000여 대 이상 설치돼 있지만 현재는 정보를 저장하는 수준”이라며 “휴먼인식기술이 발달하면 범죄 용의자를 바로 검색해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고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