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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5000m 해저 망간단괴 캔다”

입력 | 2009-07-03 02:59:00

지난달 30일 경북 울진군 후포항 앞바다 해저 100m에서 유리구슬을 성공적으로 수집한 채광로봇. 울진=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해양硏 개발 채광로봇 수심 100m 아래서 성능 시험

지난달 30일 오전 경북 울진군 후포항 동남쪽 4.5km 해상. 안개가 자욱이 깔린 바다에 소형자동차 크기의 채광로봇이 낙하 위치와 자세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는 첨단 기중기에 들려 천천히 바다로 들어갔다. 로봇 윗부분에는 두껍게 덮인 전선과 부드럽게 구부러지는 관이 연결돼 있었다.

이날 한국해양연구원은 지난해 개발을 끝낸 망간단괴 채광로봇의 성능을 점검하는 시연회를 했다. 시연회는 채광로봇이 수심 약 100m 해저에 깔린 지름 2cm 크기의 유리구슬을 배 위로 퍼올리며 진행됐다. 유리구슬은 망간단괴를 대신한 것으로 씨 뿌리기 좋은 시기라는 의미인 망종(6월 5일)에 45t 정도를 바다에 뿌렸다.

채광로봇이 수면 100m 아래 해저에 도달하자 배와 로봇의 이동을 조정하는 제어실이 바빠졌다. 제어실에서는 로봇에 달린 카메라로 바닷속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해양연 해양시스템연구부의 여태경 선임연구원은 먼저 로봇에 달린 카메라를 돌려 유리구슬이 이동하는 관이 제대로 밀착했는지, 바닥에 물을 쏘는 워터젯이 제대로 가동하는지 점검했다.

홍섭 책임연구원이 “채광 시작”을 외치자 해저 밑바닥을 달리던 로봇은 바닥에 물을 쏴 유리구슬을 띄운 뒤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배 위에서는 쇠로 된 수집통에 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100m 아래에 깔렸던 유리구슬이 쏟아지는 소리였다. 이날 채광로봇은 수면 100m 아래에 도달한 뒤 해저 밑바닥을 100m가량 달리며 유리구슬 250kg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이번 시연회는 성공했지만 채광로봇이 갈 길은 아직 멀다”고 말했다. 한국이 채광할 수 있는 망간단괴는 하와이에서 동남쪽으로 2000km 떨어진 태평양의 심해저 5000m 아래에 깔려 있다. 홍 책임연구원은 “2015년에 해저 2000m에 도전한 뒤 2018년쯤 상용화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광로봇 기술이 상용화되면 한국은 태평양의 독점광구에서 매년 300만 t의 광물자원을 100년 이상 채굴할 수 있다.

울진=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