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기자
이원희 교총회장 인터뷰
“내신 절대평가 수용 어려워
교과부 의지 갖고 속도내야”
“사교육비 대책은 사람 간 역학 관계가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진행돼야 합니다.”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사진)은 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당정청 간에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는 것에 대해 “정책 집행을 담당하는 교육과학기술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7대 대책’에 대해서는 “학교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며 “고교 1학년 내신 대입 반영 배제를 제외하면 공감할 수 없는 대책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사교육 대책을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사교육이 문제’라는 인식에는 공유하면서도 처방이 서로 다른 것은 교과부는 ‘공교육 살리기’라는 측면에서, 여의도연구소는 (지지층인) ‘중산층 붕괴를 막겠다’는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육적 원리가 흔들리면서 (대책도) 흔들거리고 출렁거리는 것입니다. 이 대책, 저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학교에서는 ‘어느 것을 진짜 하겠다는 거야?’라며 혼란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혼선을 막을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과부가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3일 교과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사실 관료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국민이 볼 때는 시원찮았죠. 교과부가 ‘의지’를 가지고 속도를 내야 합니다. 물론 정책 성격에 따라 속도를 늦추는 완급 조절도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시간을 끌면 실패하는 겁니다. 대통령도 사교육비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7대 대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교 1학년 내신을 대입에서 제외하는 데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내신 절대평가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미 5년 전 ‘실패의 추억’을 가진 일이라 대학과 학교에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교육적 관점에서는 옳은 일이지만 입시제도로서는 좋은 제도가 아닙니다. 내신 부풀리기로 교사들을 부도덕하게 만들 우려도 큽니다. 내신을 무력화하면 결국 학교 교육이 무너집니다.”
―정두원 의원은 ‘학교 교육이 더 무너질 데가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여의도연구소 대책의 문제는 전문가나 교육학자의 손을 거쳐 나온 주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정부의 문제는 정책이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라 ‘잘 보이기 경쟁’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정책을 두고 위에서 ‘대통령이 질책을 했네 안 했네’ 하는 말이 새어 나오는 동안 국민은 더 혼란스러워합니다.”
―국회의원들도 대안을 찾겠다며 토론회를 잇달아 열고 있습니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입니다. 이 때문에 국민이 더욱 답답해합니다. 중구난방으로 정책을 만드는 건 고3부터 중1까지 다른 생각으로 입시를 준비하게 만들겠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학생, 학부모가 교과부 정책에만 신경 쓰면 되도록 해줘야 합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