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해국 일본이 2일 국제적 '핵 파수꾼'으로 불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배출했다. 일본 주요 신문들은 3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등 크게 환영했다. 특히 1957년 IAEA 출범 이래 아시아인이 사무총장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는 의미 부여를 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사무총장에 당선한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63) 빈 주재 국제기구대사는 12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그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도 피폭 국가 출신임을 의식한 발언이다. 1972년 외교관이 된 그는 주로 핵에너지와 군축, 비확산 업무를 담당했으며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핵실험금지조약(CTBT) 관련 협상을 맡기도 했다.
그는 IAEA의 35개 이사국 투표에서 23표를 얻어 11표에 그친 압둘 사마드 민티 남아프리카공화국 IAEA 대사를 눌렀다. 올 3월부터 6차 투표까지 가는 험난한 선출 과정에서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반면 개발도상국으로부터는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핵관련 최대 현안인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 대처에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아마노 대사의 IAEA 사무총장 당선으로 일본은 굵직한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게 됐다. 올 2월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비인 마사코(雅子) 여사의 부친 오와다 히사시(小和田恒) 전 유엔대사가 국가간 분쟁을 조정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소장으로 선출된 지 5개월 만에 주요 국제기구 수장 자리를 또 차지한 것이다.
이밖에 핵심 국제기구 수장을 맡고 있는 일본인으로는 '세계의 문화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郞) 유네스코 사무총장, 다나카 노부오(田中伸男)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있다.
도쿄=윤종구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