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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두산그룹

입력 | 2009-07-04 02:51:00


113년전 포목점, 글로벌 인프라기업 ‘우뚝’

한발앞선 체질개선-구조조정

소비재서 중후장대 산업 이동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안주했던 많은 기업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거나 옛 위상을 잃었다. 기업의 경쟁력은 ‘변화와 혁신’이 좌우하는 셈이다. ‘100년 기업’ 두산그룹이 여전히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우뚝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100년을 1년처럼’ 끊임없이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은 ‘인증 받은’ 한국 최고(最古)의 기업이다. 한국기네스협회는 1995년 두산그룹을 한국 최고의 기업으로 인증했다. 두산그룹의 모태는 1896년 문을 연 ‘박승직 상점’이다. 현재 두산그룹의 사업을 아우르는 ㈜두산이 출범한 것은 1998년이다. ㈜두산이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은 올해다.

○ 기네스협회가 인증한 ‘가장 오래된 기업’

현재 종로4가인 배오개에서 한국 최초의 근대적 상점인 박승직 상점이 문을 열었다. 포목업을 주로 하던 상점이다. 113년 전의 일이다. 이후 1951년 박승직의 아들 박두병이 박승직 상점의 이름을 ‘두산상회’로 바꿔 재개업하면서 비로소 두산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두산은 박두병 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꼽는다. 두산그룹은 현재 ‘3세대’인 박용현 회장이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박두병 초대 회장의 4남이다. 맏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아우들로 회장직을 ‘내림’하는 두산그룹의 독특한 ‘형제경영’ 전통은 3세대에 시작됐다.

두산그룹은 이후 동양맥주, 두산산업, 동산토건(현 두산건설), 한양식품 등을 설립하며 소비재, 건설 기업으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한동안 ‘오비맥주’는 두산그룹의 상징이기도 했다.

창업 100주년 즈음이 되는 1990년대 중반, 두산그룹의 소리 없는 변신이 시작됐다. 소비재 산업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그룹의 체질을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바꾸기로 했다. 두산그룹의 행동은 신속했다. 소비재 위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로 한 두산그룹은 우선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 네슬레, 한국3M, 한국코닥 지분을 처분하고 오비맥주 영등포 공장을 매각해 현금 흐름개선에 주력했다. 1997년에는 음료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이처럼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선 구조조정으로 두산그룹은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었다. 오히려 넉넉한 현금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1998년 출범한 ㈜두산이 체질개선을 지휘했다. 주머니가 넉넉해진 ㈜두산은 2000년 말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위한 본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 글로벌 ‘인프라 지원’ 기업으로 변신

인프라 지원 사업(ISB·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에 주력한다. 인프라 지원 사업은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뿐 아니라 에너지, 국방, 생산설비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사업이다.

‘블루오션’을 향한 첫발은 ㈜두산이 계열사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두산은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제철, 화공 사업을 정리하고 발전과 담수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웠다. 2000년 매출 2조4000억 원에 순손실 248억 원이었던 두산중공업은 2008년 매출 5조7097억 원, 영업이익 4744억 원의 우량기업이 됐다. 두산그룹은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중공업 기계부문)를 인수하며 인프라 지원 사업의 영역을 넓혀갔다.

㈜두산은 이후에도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새 사업 인수로 체질 개선 작업을 이어 갔다. 2006년 종가집김치 사업부문을 정리했고 지난해에는 테크팩 사업부문과 주류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2005년 미국 두산 하이드로 테크놀로지, 2006년 루마니아 두산 IMGB와 두산밥콕, 2007년 미국 밥캣, 2008년 노르웨이 목시 등이 속속 그룹에 편입됐다. 지난해 6월에는 유압기 전문 제조기업인 동명모트롤(현 두산모트롤)을 인수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에서 문을 연 포목점은 맥주회사와 무역회사, 건설회사를 거쳐 세계 굴지의 인프라 지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끊임없는 혁신이 ㈜두산의 장수비결이자 성장전략인 셈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두산 약사

-1896 박승직 상점 개점

-1951 두산상회(현 ㈜두산) 설립

-1952 동양맥주 설립

-1953 두산산업 설립

-1996 새 CI 선포, 창업 100주년 기념식

-1998 ㈜두산 출범

-1998 두산타워 준공

-2001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

-2009 ㈜두산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