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 6학년생 자녀를 둔 회사원 이모 씨(40)는 좋은 중학교가 있는 학군을 찾던 중 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 가격을 확인하고는 두 번 놀랐다. 목동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올랐고, 최근 상승세도 아주 가파르기 때문이다. 3일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만난 이 씨는 "지난달 말 115㎡ 아파트를 9억5000만 원에 사려다 집 주인이 9억7000만 원을 요구해 일주일 정도 지켜봤더니 지금은 호가가 10억 원이 됐다"고 말했다.
●뒤늦게 상승세에 가세한 목동과 강동구
목동 아파트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주일 새 5000만 원 이상 호가가 오르는가 하면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로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목동은 서울 아파트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 다음으로 관심을 받아온 지역.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강남 3구의 회복세가 워낙 빨라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2단지 상가에 있는 유원공인중개사 윤상기 대표는 "115㎡대 아파트들이 거래되려면 10억~11억 원 선에서 가격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미 매도자들이 12억~13억 원을 부르고, '더 기다려보겠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목동 아파트 가격은 5, 6월에 각각 0.62%, 1.32% 올랐다. 강남 3구 중 서초구와 강남구의 상승률을 앞지른 것. 3.3㎡당 가격도 6월 말에 2263만 원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 12일 가격의 97.5%까지 회복했다. 회복률 역시 서초와 강남구를 추월했다.
재건축 아파트시장에서 강남 3구 다음으로 관심을 끌어온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들도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3.07% 올라 강남과 서초구의 상승률을 앞섰다. 3.3㎡당 가격은 2867만 원으로 금융위기 직전보다 더 올랐다.
●강남권 지나 목동, 강동으로 투자수요 확산
부동산업계는 강남 3구의 가격상승 현상이 본격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2순위 투자유망' 지역인 목동과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남 3구의 가격이 그동안 너무 올라 상대적으로 값이 싼 이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목동아파트 5단지 인근 금탑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의 노명인 공인중개사는 "투자수요가 강남권을 지나 최근 목동으로 넘어오고, 목동 안에서도 갈아타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강동구 둔촌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들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차선책으로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를 알아보는 수요자들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목동은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내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을 준공 후 20~40년에서 20~30년으로 단축하려는 움직임의 직접적인 수혜지로 꼽힌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목동 아파트 중 상당수는 1985년부터 1992년 사이에 지어져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 논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