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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기 소르망]한국은 아시아 가치동맹의 축

입력 | 2009-07-07 02:56:00


한국과 미국, 프랑스와 미국 간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두 나라 모두 미국에 의해 해방됐지만 두 나라 모두 강력한 반미 감정이 존재하고, 국가 정체성이 문화의 미국화에 의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심각한 위협이 존재할 경우 전면에 부각되는 것은 미국과의 동맹이다. 현 프랑스 정부는 이슬람 테러리즘과 이란 핵무장이 제기하는 현실적 위험에 직면해 반미적 수사를 버렸다. 한국에서는 북한 정권의 예측 불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와 다수 여론이 평양-베이징 축에 대항해 서울-워싱턴의 확고한 동맹만이 이 지역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쪽으로 움직였다.

절박한 상황 변화를 넘어 한미관계의 본질에서 중요한 진화가 일어났다. 이는 미-프랑스 관계의 진화에 비견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 두 나라에 걸린 것은 더는 물질적 경제적 군사적 공동이해만이 아니다. 지난달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공동의 가치’ 방어를 언급했다.

이 공동의 가치는 무엇인가. 소련이 몰락하기 전 한미는 공동의 가치보다는 공산주의라는 공동의 적을 가졌다. 공산주의는 이제 정당성이 없지만 세계는 여전히 두 가지 다른 원칙에 의해 조직된다.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행복과 선택의 자유에 봉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는 개인의 행복보다 국력의 증대에 봉사한다. 가치라는 점에서 한국은 미국과 유럽의 편에 서 있고 북한이나 중국은 다른 편에 서 있다. 중국에서 공산당의 경제발전 전략은 우선 당을 위한 것이고 가난한 농부들은 그 다음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과 중국은 닮았다.

많은 한국인은 남북한의 문화적 동질성이 정치적 분단보다 더 강력하다고 생각하면서 내 분석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중국을 존중할 가치가 있는 문화적 원조(元祖) 국가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오늘날 중국과 북한에서 고유문화는 공산당에 의해 파괴된 지 오래다. 한미 동맹은 한국의 물적 이해와 독립만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그 문화를 지킨 것도 상당부분 한미동맹 덕분이다. 일부 한국인이 우려하는 문화의 미국화는 공산주의 독재가 제기하는 위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한반도의 남북을 모두 방문해본 나로서는 진정한 한국 문화가 남쪽에 있다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창조적 예술가들에 의한 한국 문화의 현대 세계 속으로의 편입은 남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북쪽에서 창조된 것은 별로 없다.

가치 동맹이란 점에서 떠올리고 싶은 나라가 하나 더 있다. 일본이다. 자유민주주의, 인권 존중, 법치주의라는 공동의 가치에 기초한 아시아의 동맹은 일본을 포함해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이 천 년간의 갈등 끝에 화해에 이르렀는데 일본과 한국이 화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양국은 대중문화(TV 시트콤, 스포츠, 패션, 가요) 교류를 통해 이미 가까워졌지만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디뎌야 할 상징적 발걸음이 남아 있다. 이 점에서 이 대통령과 일왕의 상상력 발휘가 요구된다.

아시아의 견고한 가치 동맹은 베이징과 평양의 집권세력을 굴복시킬 수도 있다. 서울이 포용력 있는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할 시간이 무르익었다. 중국 정부는 겉보기와는 달리 튼튼하지 못한 경제구조에서 오는 위기와 농민 반란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일본은 더는 안정적 정부를 갖지 못한다. 대만은 분열돼 있다. 한국만이 정당성이 있는 정치제도와 명확한 이념을 가진 정부를 갖고 있다.

기 소르망 프랑스 문명 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