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피해는 年1조9000억
“혜음령을 지나자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임진강변에 도착했을 때는 강이 넘쳐 엉망이었다.”
임진왜란 때 피란을 가던 조선 선조 임금이 홍수로 물이 불어난 임진강에서 곤욕을 치렀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임진강의 범람은 홍수 피해로 악명이 높다. 왜 유독 임진강의 홍수 피해가 심한 것일까? 우선 임진강은 하천의 폭이 좁고 북한에서 흘러내린 흙으로 강바닥이 높아 순식간에 불어나는 빗물을 감당하기 어렵다. 게다가 임진강은 홍수 조절 기능이 전혀 없어 비가 내리면 짧은 순간에 강물이 높아지고 넘친다.
최근 10년(1998∼2007년) 동안 국내에서 수해에 따른 연간 피해액이 1조9000억 원에 달한다. 복구액은 이를 웃도는 3조1000억 원이다. 특히 7, 8월의 짧은 기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면서 재산 피해가 크다. 임진강처럼 홍수 조절 기능이 없는 강은 정말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빗물은 훌륭한 자원이다. 최근 국립기상연구소가 1979년부터 지난해까지 장맛비의 경제적인 가치를 추산했다. 연평균 총강수량은 1343mm로 수자원 확보 측면에서의 연간 경제적인 가치가 9097억 원에 달했다. 장맛비만 2470억 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었다.
이렇듯 물은 자원이자 돈이다. 물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댐의 수문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쓴다. 예측을 잘못해서 미리 댐의 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냈다가 비가 안 오면 용수 공급이나 발전량 생산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댐의 문을 열지 않았다가 예상보다 많은 비가 순식간에 내릴 경우 댐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재앙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댐 수위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은 전적으로 기상예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자원공사는 올해 기후 변화에 대비한 물 재해 관리를 강화하고 수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댐 유역 기상예측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댐 유역은 날씨가 쉽게 바뀌어서 댐 유역 강우예보에 필요한 독자적인 강우모델을 구축하고 자체 예보관이 날씨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 세계기상기구는 날씨 정보에 대한 투자는 투자액보다 1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10배는 그만두고라도 2배 이상만 돼도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기상예보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때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