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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팬텀씨]Q:라이선스 뮤지컬이 오리지널 공연과 다른 점은?

입력 | 2009-07-09 03:00:00

무대의 변화에 맞춰 배우들의 분장까지 바꾼 뮤지컬 ‘돈 주앙’.사진 제공 NDPK


A:옷도 못바꿔… 눈길끌려 치마길이 줄이기도

―한국에서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오리지널 공연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김승경·26·서울 종로구 명륜동)

‘로미오와 줄리엣, 맘마미아, 노트르담드파리, 돈 주앙, 브로드웨이 42번가….’ 올여름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의 ‘빅뱅’입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의상이나 대본, 음악, 무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오리지널 제작사가 정한 대로 따라야 합니다. 배우만 국내 배우로 달라질 뿐 다른 조건들은 오리지널 공연과 비슷해야 한다는 게 계약 조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적 상황에 맞게 미세하게 수정을 하기도 합니다. 일단 공연장의 크기가 달라지면 무대 세트와 조명이 국내 공연장에 맞게 바뀝니다. 라이선스로는 올해 초연된 뒤 다시 공연되고 있는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은 성남아트센터에서 충무아트홀로 공연장을 옮기며 무대와 객석 사이가 좁아졌습니다. 그러자 제작진은 배우들의 화장을 옅게 해 변화를 줬습니다. 이전의 진한 화장이 관객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죠.

라이선스 뮤지컬이 초연에 비해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21일 LG아트센터에 오르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96년 한국 초연 때와 비교해 비주얼 면에서 바뀌었습니다. 바로 앙상블(뮤지컬에서 합창이나 군무를 맡은 배우들)의 다리 길이죠. 제작진은 이번 앙상블 선발 오디션에서 키 170cm 이상의 조건을 내걸었고 이 덕분에 앙상블의 평균 신장이 초연 때보다 10cm 넘게 커졌습니다. 미니스커트도 5cm가량 짧아졌다고 하네요. 막이 오르면 탭댄스를 추는 코러스걸의 다리가 맨 먼저 보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눈길을 잡기 위한 방법이지요.

9월 23일부터 2010년 8월 8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01년 초연 때 공연에 사용한 모든 재료는 해외에서 제작돼 들여왔습니다. 팬텀이 쓰는 흰색 가면도 배우의 얼굴 모양을 뜬 뒤 해외에서 제작했습니다. 오리지널 제작사 RUG가 작은 소품까지 오리지널과 똑같아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국내 제작 역량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서 올해에는 의상 가발 신발 모자 등을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한국의 팬텀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면을 쓰게 된 셈이죠.

염희진 기자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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