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화장장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있지만 서울시립 화장장(승화원)이며 서울시가 관리한다. 1930년대부터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던 화장장을 1970년 산림청 소유 땅인 현 위치에 이전한 것이다. 이전할 때만 해도 인근 지역에 주민도 별로 없었고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전이라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장장 1층 바닥을 높이고 2층 천장에 창문을 내고 유족 대기실을 만드는 정도의 공사조차 4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이른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 때문이다.
▷화장장, 납골당, 쓰레기 처리장,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선 안 될 시설들이다. 하지만 님비 현상 때문에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게 일상화됐다. 지역발전을 위해 경기도 광역 화장시설을 유치하려고 했던 하남시장은 주민소환제의 대상으로 내몰리면서 시장 자리를 잃을 위기까지 갔다. 정부가 1986년부터 후보지를 찾아 나선 방사성폐기물처분장도 님비 현상 때문에 1990년 안면도 사태와 2003년 부안 사태를 겪은 뒤 21년 만인 2007년 경주시에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특별지원금이란 명목으로 3000억 원이 경주시에 지원됐다.
▷님비라는 말은 1980년대 말 니컬러스 리들리 영국 환경장관이 처음 사용했다. 이 말이 세계적으로 언급되는 걸 보면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정도는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군사시설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장애인 학교조차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해 주민들에 대한 일정한 보상과 혜택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기도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님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초안을 만든 것은 문제를 법으로 해결해 보자는 취지다. 초안에는 피해 실태 조사와 보상을 위한 공동위원회 설치, 주민지원기금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기피시설로 인한 해당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수혜자들의 부담을 늘려서라도 보상하는 방식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헌법 위에 떼법 있다’는 나라에서 특별법을 만든다고 님비 갈등이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