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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리전] 피터 홀 영국 런던대 교수

입력 | 2009-07-09 03:00:00


도시 및 지역정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피터 홀 영국 런던대 교수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메가시티리전(광역경제권)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수 기자

“한반도를 하나의 대도시권으로 보라”
《“미래에는 한국 전체가 하나의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도시 및 지역정책 분야 석학인 피터 홀 영국 런던대 교수(건축계획학)는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의 성장을 촉진하고 부산 등 지역거점 도시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좁은 국토를 수도권과 지방으로 가르는 이분법적인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한반도 전체를 교통과 통신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대도시권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지역발전위원회가 주최한 ‘지역발전 국제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3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그는 “서울이 몰라보게 성장했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다음은 홀 교수와의 일문일답.》
“수도권-지방 이분법 벗어나
교통-통신망 유기적 연결
한국 고유의 경쟁력 키워야”

―세계 각국이 수도권 육성에 나서고 있다.
“수도는 가장 역동적인 도시다. 금융 미디어 디자인 건축 토목 엔지니어링 등 국제적인 산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새로운 현상은 수도권이 다(多)중심적인 메가시티리전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영국과 유럽의 경험을 볼 때 인구, 고용 등의 측면에서는 수도 주변부의 도시가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
“한국은 영국(UK) 전체가 아니라 잉글랜드 지역과 비슷하다. 영국 런던-맨체스터-리즈 등으로 이어지는 350km 거리의 지역과 공간적으로 유사하다. 해결책은 수도권을 더 성장시켜 150∼200km까지 파급효과가 미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부산 등 지방 거점도시를 맨체스터나 카디프처럼 육성하고 일부 기능을 분담시켜야 한다. 당장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한국 전체를 단일한 메가시티리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교통과 통신 인프라 발전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콘퍼런스에서 장거리 분산정책(longer distance strategy)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대덕연구단지를 꼽았는데….
“(혁신 역량을 분산할 때는 중심도시로부터)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대덕은 서울에서 120km 떨어져 있다.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고 두고 봐야 한다. 장거리 분산전략을 택할 때는 잠재력이 큰 지역 한두 곳에 집중하는 선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홀 교수는 이날 발표한 논문에서 분산(scattered-shot) 정책은 정치적 설득력이 있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강제적인 장거리 분산은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70km 떨어진 신주과학공원원구, 런던에서 80km 떨어진 케임브리지 등은 성공했지만 대덕연구단지는 서울과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침체된 지역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침체된 지역의 사람들이 거점도시로 오고갈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핵심 산업이 침체된 도시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한때 석탄과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웨일스의 카디프는 교육 의료서비스 등 지식기반산업 구조로 전환하면서 폐쇄됐던 철도를 다시 개통했다. 이 결과 지역경제가 살아났고 많은 지역 사람들이 카디프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거점도시와 주변지역을 어떻게 연계해야 하나.
“상대적인 거리가 중요하다. 일상적인 이동이 편리한지를 봐야 한다. 최근 연구 결과 출퇴근 거리는 1시간 이내, 출장거리도 2시간 이내여야 적당하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내년에 일부 기능을 런던에서 맨체스터로 옮길 수 있는 이유도 맨체스터가 미디어 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열차로 2시간 내의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분산정책 성공가능성 낮아
잠재력 큰 수도권 집중육성
부산 등 거점엔 기능 분담을”

―지역발전을 위해 고려해야 할 다른 요인은….
“거점 도시와 주변 지역 간의 연계성이 중요하지만 지역발전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주변 지역에 지식경제에 적합한 인적자원이 있어야 한다. 특히 거점도시의 서비스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는 대인관계 능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 ‘소프트 스킬’을 갖춰야 한다.”
―한국 광역경제권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세계가 동질화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권마다 고유의 강점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음식 문화로 미식가를 끌어들였고 이탈리아 로마와 피렌체는 전통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발전시켰다.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디자인산업을 경쟁력으로 삼았다. 전통을 토대로 차별화할 수도 있고 새로 만들 수도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연구원 배수진 씨(23·연세대 경영학부 3학년)가 참여했습니다.

● 피터 홀 교수는
피터 홀 영국 런던대 교수(건축계획학)는 도시계획과 지역개발정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관련 연구 활동과 업적으로 1998년 영국 여왕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영국 환경부 장관의 전략계획 특별고문, 영국 부총리의 특별도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도시계획 대성공 대실패’ ‘문명 속의 도시’ 등 도시 및 지역계획에 대한 4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1963년 펴낸 ‘런던2000’이라는 책에서 영국해협 철도터널, 런던 도심의 혼잡통행료 제도 등을 예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