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연합회 “심야교습 규제는 평등권 위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6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사교육비 경감 후속대책을 발표한 뒤 몰라보게 조용해졌다. 교육 당국이 사교육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자 학원가도 ‘자체 단속’에 들어간 것. 하지만 일단 ‘전면전은 피하고 보자’는 전략적 선택일 뿐 물밑에서는 게릴라전 준비가 한창이다.
교습시간 제한에 대처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주말반 편성이다. 대치동 A학원 관계자는 8일 “오후 10시 이후 수업을 못하게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주말반 상설 편성을 요청해 오고 있다”며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왜 공부하겠다는 학생을 못하게 하느냐’는 불만의 소리도 높다”고 전했다. 이 학원은 평일에 운행하던 통학 셔틀버스를 5대 줄여 주말에 편성했다.
일부 학원은 아예 ‘도심형 기숙학원’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도심형 기숙학원은 오피스텔 건물을 빌려 오후 10시까지는 학원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고 이후에는 각 방에서 소규모 그룹 과외로 바꾸는 형태다. B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1층에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가게가 있는 건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학원에서는 교육청 신고대로 수업료를 받고, 별도 사업자 신청을 통해 오피스텔 임차료에 과외비를 추가해 받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또 학원 단속이 강화되면서 경기침체로 가라앉았던 대학생 과외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과외 연결 업체 관계자는 “겨울 방학 때만 해도 문의 전화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최근 중3 학생 학부모 중심으로 평일 오후 10시 이후에 과외가 가능한 학생을 연결해 달라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방학 중 일시 귀국한 유학생 과외 수요도 더 늘었다. C학원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방학 중 귀국한 유학생을 연결해달라는 요구는 대부분 해외 대학 진학 또는 국제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했는데 이제는 자녀가 상위권인 학부모 전체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교육 당국이 의지만 앞섰지 사교육 실태 파악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15년차 강사 최모 씨(44)는 “유명 학원장 대부분은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다. 정권이 바뀌고 사교육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새로운 전략으로 생존한 이 바닥 베테랑”이라며 “물량공세를 퍼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업체 운영 구조를 잘 아는 책사가 있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주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8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학원에서 오후 10시까지만 교습하도록 하는 것은 평등권에도 위배된다”며 “고액과외를 근절하려면 학원을 규제할 게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육성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고포상금제 시행 이틀째인 8일 교과부에 접수된 신고는 총 69건이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