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총파업… 정전유발 캠페인… 녹색 페인트 칠…
대통령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해 온 이란 개혁파 진영이 당국의 철통같은 경계망을 피해 새로운 차원의 반정부 투쟁에 나서고 있다.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길거리 시위가 사실상 원천 봉쇄되자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시민불복종운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펼치고 있는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시위사태는 이미 끝났다고 이란 정부가 선언했지만 시민불복종운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시위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개혁파 진영은 우선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낳은 이란 대학생 반정부 시위 10주년 기념일(7월 9일)을 앞두고 3일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집단으로 모여서 요구사항을 외치는 게 아니라 아침에 직장 대신 이슬람 사원에 모였다가 밤에 집으로 되돌아가는 조용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이란 칼럼니스트는 인터넷에 올린 글에 “3일간 출근을 거부함으로써 비합법적인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란인의 의지를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특정 시간을 미리 정한 뒤 이 시간대에 가전제품을 일제히 작동시켜 수도 테헤란에 정전사태를 유발하자는 캠페인도 널리 퍼지고 있다. 또 개혁파 대선후보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상징하는 녹색 페인트를 군경의 눈을 피해 담벼락에 몰래 칠하는 저항도 시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무사비’ 또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글자를 지폐에 써 넣어 유통시키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 민병대와 관련 있는 신문사와 방송사에 광고된 물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이란 정부와 연계된 자선기관의 모금함에 지폐 대신 ‘무사비’라고 적힌 종이를 집어넣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간호사 모즈간 씨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개혁파 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정부에 알리기 위해서”라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