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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마당]촌지 신고 보상제

입력 | 2009-07-10 02:57:00


《서울시교육청이 ‘부조리 행위 신고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를 최근 입법 예고했습니다. 촌지 수수 등을 신고했을 때 신고자에게 보상금을 주는 골자의 조례안입니다. 학부모단체 등은 교육계에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촌지 근절을 위해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면서 이 안에 찬성합니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교원을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간주해 불신과 갈등만 초래한다고 반대합니다. 조례안을 둘러싼 찬반양론을 들어봤습니다.》

찬 - 학부모-교사 떳떳하려면 도입해야
서울시교육청이 강경한 교육계 비리 근절책으로 교원과 교육공무원에 대한 부조리 행위 신고 보상금 지급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교원단체는 이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조례안이 인기 위주로 흘러 성급한 면이 있으며 전체 교사의 사기가 떨어지고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하지만 촌지 문제가 교권 추락의 원인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교사들이 실추될 대로 실추된 교권 신뢰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는 세 아들을 둔 학부모다.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 촌지로 고민을 한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갈 일이 있을 때 빈손으로 가는 것을 정말 어려워한다. 3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160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촌지 의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18.6%인 298명이 촌지를 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촌지나 뇌물은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답한 학부모는 무려 93.6%나 됐다.
그런데도 촌지를 주고받는 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교사나 학부모가 이를 불법으로 여기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가 ‘특별대우’를 받게 하려는 학부모의 이기심도 작용하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줄 경우 뇌물공여죄로 형사처벌하는 골자의 법안을 2006년 입법 청원한 바 있지만 교원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특별대우를 받게 하려고 촌지를 건넨다. 하지만 다른 학생이 그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자칫 해당 학생의 인생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자기 아이만을 위한 자녀 이기주의 때문에 촌지를 주는 학부모가 존재한다면 학부모에 대해서도 액수에 상관없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사실 촌지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들 스스로도 촌지를 받는 일부 부끄러운 교사가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촌지 수수를 신고했을 때 보상금까지 주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리라 본다. 하지만 촌지를 주고받는 것이 워낙 은밀하게 이루어져 제도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걱정이다. 또 학교 촌지 비리를 신고한 학부모의 신분이 노출될 경우 학부모와 자녀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예상되므로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확실하게 지켜줘야 한다.
부조리 행위 신고 보상금 지급 조례안이 전체 교사를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보는 듯해 유감스럽고 안타깝지만 학교 촌지 근절을 위해 법적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교사뿐 아니라 앞으로 법과 제도를 추가로 정비해 촌지를 주는 학부모도 처벌해야 한다. 이번 안이 이벤트성 신고 보상금 발표가 아니라 교사가 사회에서 존경받고, 촌지 때문에 학부모가 고민하지 않고, 자녀가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 교육공동체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상임대표

반 -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취급 안될말
서울시교육청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행위 등 교육공무원의 부조리 행위를 신고하는 공무원과 일반시민에게 최고 3000만 원을 주겠다는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전체 교육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부조리 행위는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기에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활동이 이루어져야 할 교육현장을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간주하도록 만드는 이 조례안은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부르고, 이를 통해 교육공동체 간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교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고 학교를 부패 온상으로 간주하고 감시하는데 건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는 학생, 학부모와 교원 사이의 최소한의 신뢰마저 앗아가는 것이며 교원들의 이미지 실추와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학교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조례안이 발표되자 언론에서도 부조리 행위를 근절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거액의 보상금을 노린 무분별한 신고나 개인적인 감정으로 허위신고를 할 경우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교권침해마저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점 등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우려가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6일 이번 조례안에는 교사의 촌지에 관한 사항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조례안의 부조리 행위에는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행위’가 포함돼 있다.
현재 교원은 10만 원 미만의 금품 또는 향응을 받아도 사안에 따라 해임될 수 있다. 또 금품수수로 파면·해임된 교원은 영구히 교단에 설 수 없도록 지난해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이 개정된 바 있다. 비위 교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렇게 강화되었는데도 일부에서는 정부의 징계 수준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교원에게 잘못이 있기보다는 법과 제도를 운용하는 정부에 잘못이 있다.
올 3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학교 촌지에 대한 국민의식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학교촌지 수수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학부모의 이기심’이라고 응답하고, 다음으로 ‘교사들의 윤리의식 부족’을 꼽았다.
교원들의 비위 행위에 대한 현행법과 제도가 분명하고 촌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견해가 위와 같다면 촌지 등 부조리 행위 근절에 대한 해법이 이번 조례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은 교원을 비롯한 국민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번 조례안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제대로 법과 제도를 운용하고 교원들이 엄격한 윤리의식을 확립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부모들에게도 자기 자녀만을 위하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을 자기 자녀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의식의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
이선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