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의 ‘핵심 역량’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이나 사업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 역량, 경영 관리 능력을 의미한다. DBR 자료이미지
■ 핵심역량 개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소수 사업분야 집중화 전략은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 안맞아
수익성 찾아 새로운 가지 뻗어야
핵심능력, 끝없는 업그레이드 필요
지난 10년간 업계와 경영학계에서 가장 많이 쓰인 용어 중 하나는 ‘핵심 역량’이다. 하지만 가장 자주 오해를 받은 개념도 핵심 역량이다. 상당수 미디어 종사자나 기업 실무자들은 핵심 역량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대표적인 게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진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다각화 때문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수의 ‘핵심 역량’ 사업 분야로 집중해야 한다”는 식의 언론 보도다. 이는 핵심 역량 개념을 완전히 호도한 것이다. 핵심 역량이란 특정 사업 단위를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끊임없이 신시장이나 신사업 분야로 확장함으로써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력이나 경영관리 능력이 핵심 역량이다. 따라서 핵심 역량을 잘 활용하는 기업은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도 훨씬 더 잘하게 된다.
○ 21세기 초경쟁 환경과 핵심 역량 개념의 재등장
핵심 역량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이 탄생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부분의 학자는 핵심 역량 이론의 원류를 1940, 5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조직 이론가 필립 셀즈닉에게서 찾는다. 그는 조직이 단순한 기계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유기체와 같다고 주장한다. 각 조직은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독특한 ‘고유 역량’을 갖게 된다. 이런 고유 역량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기반으로 활용돼 조직의 성패를 결정한다. 즉, 고유 역량은 지속 가능한 차별적 ‘경쟁 우위’의 원천이다.
셀즈닉의 고유 역량 이론은 1990년대 중반 핵심 역량이란 개념으로 발전했다. 규모의 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20세기에는 각 기업이 강점을 가진 특정 사업 분야에 집중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세계화로 인한 경계 파괴와 신기술의 등장으로 글로벌 초경쟁 환경이 조성됐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 사업 분야나 경쟁 우위가 끊임없이 교란되고 무너진다. 소수의 사업 분야에 집중한 기업은 한순간에 도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분야와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사업과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핵심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 사업 분야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핵심 역량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경쟁 우위를 제공하며, 또 미래에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분야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 분야가 가지라면 핵심 역량은 뿌리다. 가뭄과 홍수가 계속되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가지들은 말라버리거나 부러진다.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도 극도로 불안정하다. 그 때문에 기업들은 기존 가지(사업 분야)에 매달릴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가지를 뻗어야 한다. 하지만 가지에서 새로운 가지가 나오지는 않는다. 뿌리(핵심 역량)에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가지를 뻗어야 한다.
‘핵심 역량’을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은 혼다다. 혼다는 사업 분야만 보면 무슨 회사인지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1948년 창업하면서 혼다가 처음 만든 것은 오토바이였다. 그 후 경운기, 자동차, 제초기, 스노모빌 등 계속 새로운 사업 분야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소형 제트기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이처럼 혼다는 엄청난 문어발 기업이지만 그 수많은 사업 분야에서 예외 없이 ‘글로벌 톱 5’에 들어갈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 비결이 바로 핵심 역량에 있다. 혼다는 ‘동력 기술’이라는 핵심 역량을 토대로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창출하고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사업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 직무다. 핵심 역량 개념을 인적자원 관리에 적용한 개념이 ‘탈직무화’와 ‘역량 중심 관리’다. 요즘처럼 수많은 직종이 사라져 버리는 시대에 스스로를 마케팅이나 인사관리처럼 특정 직무 수행자로 규정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자신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직무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dshin@yonsei.ac.kr
△ 이 기사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7호(7월 15일자)의 ‘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코너에 실린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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