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 골렘/해리 콜린스, 트레버 핀치 지음/ 이정호, 김명진 옮김·344쪽·1만8000원·사이언스북스
현대의학은 믿을 만한가. 아니면 절대 못 믿을, 버려야 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저자들은 두 가지 모두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식사회학의 대가인 저자들에 따르면 의학은 사회적 협상의 산물이다. 의학은 과학계의 내적 질서에 따라서만 생산되는 순수한 지식이라기보다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구성적 지식이다.
책 제목의 ‘골렘’이란 유대교 신화에 등장하는 진흙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피조물이다. 이것은 명령에 따라 적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기도 하지만 통제를 받지 않으면 주인을 파괴할 수도 있다. 저자들은 현대의학의 불완전성을 이 골렘에 비유하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는 현대의학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것은 신약 개발과 임상실험의 효과가 언제나 그 실험을 하는 의사나 실험 대상인 환자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언급된 다른 사례는 가짜 의사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과 영국에서 적발된 가짜 의사의 사례 130건을 분석해 보면 의료상의 실수로 발각된 가짜 의사가 상당히 적다는 것이다. 의학시스템의 불완전성이 가짜 의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의학은 우리가 껴안고 가야 할 골렘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의학은 물리학이나 공학보다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를 것이지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계속 힘쓸 것”이라고 결론 맺는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