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10시 반경(현지 시간) 무장한 중국 군인들이 소요사태 진압을 지원하기 위해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시내로 들어오자 한족 주민들이 환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지석 씨
■ 귀국 한국인 관광객들이 본 우루무치 현장
“전화-인터넷 끊겨 조마조마
시내 외곽은 예상밖 평온
한족-위구르족 함께 식사도”
“밤에는 인적이 끊겨 유령 도시 같았어요.”
“전화와 인터넷이 안 돼 무척 불안했습니다.”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일대에서 관광한 뒤 10일 오전 8시 대한항공 884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 130여 명은 피로감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이들은 2일이나 6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우루무치(烏魯木齊) 공항에 도착한 뒤 투루판(吐魯番)과 하미(哈密), 둔황(敦煌), 카스(喀什) 등지에서 실크로드나 종교 유적지 등을 둘러본 단체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당시 우루무치 시내를 벗어난 외곽은 종전과 같은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어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우루무치 중심가에 총을 든 무장경찰과 군인 등이 배치되고, 전화와 인터넷이 모두 차단되자 상당 기간 집에 돌아가는 것이 힘든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었다고 전했다.
2일부터 관광객 16명을 인솔해 실크로드를 다녀온 김지석 신우글로벌메쎄여행사 이사는 “9일부터 일부 상점과 관공서가 문을 열기 시작하는 등 과격 시위는 잦아들고 있는 것 같다”며 “신변 안전 문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무 탈 없이 귀국해 다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7일 밤부터 통행금지가 시작된 우루무치에서 숙박할 때에는 긴장감에 마음을 졸였다”며 “특히 최초 시위 발생지인 런민(人民)광장에서 8일 밤 수천 명의 한족이 모여 총기를 든 무장경찰에게 환호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대학원생 10여 명과 함께 실크로드를 답사한 뒤 9일 우루무치에 들어갔다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종철 교수는 “9일 오후 우루무치 시내에 있는 한국 식당 바로 맞은편에서 한족과 위구르족이 서로 싸우는 사건이 일어나 무장경찰들이 바로 잡아갔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직 우루무치 시내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루무치 상황이 불안해 시내 재래시장과 박물관 등을 둘러보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 비행기를 탔다”고 덧붙였다.
이날 귀국한 50대 중반 관광객 김모 씨(여)는 “7일부터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우루무치 시내 곳곳에 속속 배치되고, 무장경찰들이 초중학교에서 야영하는 모습을 보니 전쟁터 분위기와 흡사했다”며 “강경진압에 따라 위구르인들이 유혈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차별에 항의하는 소수민족을 진압한 중국 정부에 여전히 반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우루무치에서 이 교수와 함께 귀국한 대만인 유학생 둥원쥔(董文君) 씨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그는 “9일 우루무치 교외의 한 식당에서 한족과 위구르족 20여 명이 뒤섞여 식사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들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은 아니었지만 충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