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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밤마다 ‘오폭족’이 된다

입력 | 2009-07-11 02:59:00


■ 경찰 겁 안내는 폭주족의 심리학

‘아무도 못말리는 무법자’ 그 중독성 쾌감을 위하여…

서울 강북 지역에 사는 고교 1학년 김모 양(16·여)은 올해 초부터 폭주족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남자친구의 오토바이에 동승하면서 폭주에 푹 빠졌다. 그는 올해부터 카페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집결지를 알리거나 헬멧, 마스크 등 준비물을 안내하고 뒤풀이 비용을 걷는 등 관리 역할을 맡았다.

김 양은 “오토바이를 타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나도 모르게 자꾸만 오토바이를 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저도 재밌어서 탔는데 어울리다 보니까 신호 위반도 하고 문제도 일으키게 됐다”며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즐길 뿐 법규를 지키지 않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졸업 후 고교에 진학하지 않은 이모 군(17)은 친구들 사이에서 ‘오폭족(오토바이 폭주족)’으로 불린다. 그는 “폭주를 하고 나면 ‘자기가 최강이다’ ‘아무도 못 건드린다’ 같은 생각 때문에 중독이 된다”며 “각기(지그재그) 운행, 역주행, 지나가는 택시 문을 열기도 하고 성추행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4월 폭주를 하고 있는 장면이 경찰에 채증돼 최근 조사를 받았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폭주족 검거 건수는 2004년 132건에서 2008년 1459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 경찰이 지난해 6월 중순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오토바이 및 자동차 폭주행위로 입건한 건수는 676건이었다. 연령별로는 10대 353건(52.2%), 20대 199건(29.4%), 30대 113건(16.7%), 40대 10건(1.4%), 50대 1건으로 10대가 가장 많았다. 10대 오토바이 폭주족들은 다음 카페인 ‘강남연합최강폭주’ ‘오토바이샵’ 등 인터넷모임을 중심으로 폭주족 모임과 번개 모임 등을 열어 왔다. 경기 안양시, 군포시 산본 등지에서 동폭(동네폭주족)끼리 ‘1차 정모(정기모임)’를 한 뒤 서울 여의나루, 뚝섬유원지, 어린이대공원, 코엑스 등으로 이동해서 다른 폭주단체와 연합해 ‘2차 정모’를 갖는다.

폭주족들은 ‘짜봉(경광봉)’을 들고 선두에서 지휘하는 ‘리더’, 앞에서 경찰을 막는 ‘앞커버’, 뒤에서 경찰 추적을 막는 ‘뒤커버’ 등으로 역할을 나눈다. 이들의 행위는 ‘각기 운행’ 등 위험한 모습으로 오토바이를 몰며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에서 뺑소니, 날치기, 패싸움, 폭행 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폭주족에 대한 처벌이 약해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4년 초부터 2009년 5월까지 폭주족 검거 건수는 총 5751건이지만 이 중 형사입건은 2177건으로 37.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범칙금 스티커만 발부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 폭주족전담반 장흥식 반장은 “청소년들이 위험행위 등을 영웅시하는 문화와 분위기가 문제”라며 “10대 오토바이 폭주족의 리더에 대한 구속영장이 대부분 기각되는 등 처벌 규정이 약하고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아 재범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폭주족에 대해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을 부여하고 △벌칙 형량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다음 주 발의할 예정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