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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서 꽃피운 ‘축구강국’ 신화… U대회 돌풍…여자축구가 희망이다

입력 | 2009-07-11 08:35:00


국내 선수 1362명 … 중국·일본 4만명… 런던올림픽 겨냥 체계적인 장기플랜 결실

한국축구대표팀의 월드컵 7회 연속 본선진출에 이어 이번에는 여자축구가 또 하나의 낭보를 전해왔다. 한국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여자축구에서 독일, 남아공, 브라질과 한 조에 속해 조별리그를 가뿐하게 통과한 뒤 8강과 4강에서 강호 러시아와 프랑스를 승부차기 끝에 연이어 격파하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했다. 이는 2001베이징 유니버시아드대회 3위 이후 최고 성적이다. 그만큼 여자축구의 국제 경쟁력이 강해진 것이다.

국내선수 1362명… 중국·일본 4만명

○시멘트 바닥에서 이뤄낸 기적

한국 여자축구 환경은 척박하다. 2009년 4월 기준, 등록 팀은 66개(초등 20, 중등 18, 고등 16, 대학 6, 실업 6), 등록인원은 136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 2008뉴질랜드 U-17청소년월드컵 8강, 아시안컵 4강(2003·2006년), 2003미국월드컵 본선 진출, 2005동아시아대회 우승 등 그 동안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족적을 남겨왔다.

범위를 좁혀 유니버시아드 참가 자격이 대학생, 대학원생, 실업 2년차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대학과 실업을 통틀어 12개 등록 팀, 302명의 등록인원 가운데 18명의 정예멤버를 뽑아 이번 대회에 참가, 결승까지 올랐다. 현재 세계 1위인 미국의 등록인원이 950만 명, 3위인 독일이 60만 명, 아시아권 강자인 일본(7위)과 중국(12위)이 4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이번 쾌거는 말 그대로 시멘트 바닥에서 꽃을 피운 것이나 다름없다.

런던올림픽 겨냥 체계적인 장기플랜 결실

○안 감독의 지도력

지휘봉을 잡은 안익수(44) 감독의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다. 안 감독은 2007년 말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2011독일월드컵과 2012런던올림픽에 포커스를 맞춰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이번 유니버시아드대표팀 멤버 중 상당수가 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젊은 피’이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안 감독은 또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방식과 꼼꼼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안 감독의 뒤를 이어 대교 캥거루스를 이끌고 있는 박남열 감독은 “팀에 와서 보니 기량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선수들의 정신자세부터가 다른 팀과 달랐다. 모두 전임 지도자인 안 감독이 물려주고 간 것들”이라며 “안 감독님은 천지가 개벽해도 정해진 훈련시간은 반드시 지키는 원칙주의자다. 아무리 여자선수라도 여기에서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대표선수들도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모두 훌륭하게 적응해 똘똘 뭉쳐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했다.

연중리그 출범 여자선수도 프로의식 무장

○WK리그 출범의 효과

여자축구연맹이 올 시즌 의욕을 갖고 새롭게 출범한 WK리그 역시 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본격적인 프로리그라고 보기에는 경기장 시절이나 대회 운영 등에서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연중리그 출범은 분명 선진축구로 나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

특히 선수들 스스로가 프로의식을 갖게 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업팀 모 감독은 “남자와 달리 여자선수들은 몸 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단일 대회를 치를 때는 대회 직전 바짝 준비한 뒤 끝나고 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 다음 대회 때 또 다시 처음부터 모든 걸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본인이 알아서 몸을 챙기고 관리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남·녀 함께 공차는 선진축구문화 배워야

○유소년 축구 육성의 중요성

태극전사들은 분명 ‘기적’에 가까운 선전으로 축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그러나 언제까지 ‘기적’만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제대회 선전에 걸맞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등록 팀 확대와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유럽 선진국처럼 유소년·소녀들이 함께 어울려 공을 차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문배 수원시시설관리공단 감독은 “어렸을 때 남자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야 축구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힐 수 있다. 이런 축구센스는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습득하기 어렵다. 국내 유소년 축구 지도자들은 남녀가 함께 공을 차는 걸 다소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초등학교 여자선수들은 체력, 체격도 남자아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사고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조언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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