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함께 시원한 여름
뮤지컬 관객에게 올여름은 ‘8월의 크리스마스’다.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뺨칠 만큼 다양한 뮤지컬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장르로 보면 로맨틱 코미디, 멜로, 스릴러, 정통 비극을 넘나들고 국적을 보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아우른다.
○ 뮤지컬의 참맛을 원하신다면
누구나 좋아하는 ‘아바’의 음악에 맞춰 흥겨운 노래와 춤을 만끽할 수 있는 영국 뮤지컬 ‘맘마미아!’는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 중에서 가장 많은 관객(80만 명)을 기록했다. 그만큼 대중적 흡입력이 강하다. 국내 개봉한 뮤지컬 영화 중 최대 관객(453만 명)을 동원한 영화가 주지 못한 짜릿한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다.
평균 신장 172cm의 늘씬한 코러스 걸이 펼치는 탭댄스와 군무가 돋보이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브로드웨이 스타일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정식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국내 첫 뮤지컬로 1996년 초연 이후 13년간 흥행불패 신화를 간직해 온 작품이다.
귀를 즐겁게 해주는 싱어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댄서로 뮤지컬 배우를 특화하고 거의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끌고 가는 프랑스 뮤지컬을 좋아한다면 ‘로미오 앤 줄리엣’과 ‘돈 주앙’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공연을 추천한다. 감미로움은 덜하지만 우리말 노래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와 극에 더 몰입할 수 있다.
○ 뭔가 특별한 맛을 원하신다면
브로드웨이 최고의 스타가 출연하는 ‘지킬 앤 하이드’와 ‘렌트’ 원어 공연은 올여름 뮤지컬 중엔 단연 ‘캐비어’에 해당한다. ‘지킬…’은 최고의 ‘팬텀’으로 꼽혀온 브래드 리틀이 지킬 역으로 출연해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인다. 조승우의 무대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두 배우를 비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9월 초 단 12일만 공연되는 ‘렌트’는 1996년 브로드웨이 초연무대 주역 이었던 애덤 파스칼과 앤서니 랩이 참여하는 마지막 투어공연으로 최고 20만 원에 이르는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아방가르드를 경험하게 해주는 ‘스프링 어웨이크닝’ 한국어 공연과 이탈리아 뮤지컬로 국내 첫선을 보이는 ‘일 삐노끼오’ 원어 공연은 기존 뮤지컬과 차별화된 ‘별미’를 선사한다. 창작뮤지컬로는 1980,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세대의 추억을 흥겨운 멜로디에 녹인 ‘젊음의 행진’과 스물아홉 여고동창생 3명이 서로 먼저 결혼하려고 분투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담은 ‘웨딩펀드’를 추천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