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응급처치 노하우, 알고 떠나야 ‘편안한 휴가’ 보장
《여름 휴가철에는 야외활동이 많아져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설마 응급상황이 생길까’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게 된다. 미리 응급처치 요령을 알고 있으면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사고로 인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줄일 수도 있다. 》
호흡 없으면 고개 젖혀 인공호흡, 맥박 없으면 심장 마사지
찢어진 상처, 지혈제보다 거즈로 눌러 지혈… 24시간내 꿰매야
독사에 물렸을 땐 움직이지 말고 입보다 흡입기구로 독 빨아내야
○ 물에 빠진 사람 배 누르면 안돼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사람이 물에 빠져 의식을 잃으면 제일 먼저 복부를 눌러 물을 빼내려 하는데 이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이보다는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숨을 쉬고 있지 않다면 인공호흡을 통해 숨을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가 생겼을 때 호흡과 맥박부터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숨을 제대로 쉬고 맥박이 잘 만져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도유지, 인공호흡, 심장압박이 다른 처치에 우선되어야 한다.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을 때도 고개가 앞으로 젖혀져 있으면 기도가 막힐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눈에 보이는 출혈에만 신경 쓰다가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임경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익사 사고는 폐에 물이 들어가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한다”며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냈을 때 호흡과 맥박부터 확인하고 호흡이 확인되지 않으면 빨리 고개를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한 후 입으로 인공호흡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맥박이 확인되지 않으면 심장 마사지를 실시한다. 물을 빼내려고 복부를 누르다가 마신 물이 폐로 흡입되면 상태가 악화되기 쉽다.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므로 젖은 옷을 바꿔주고 마른 담요로 추위를 막아 체온을 보존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 찢어진 상처 24시간 내 꿰매야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를 ‘열상(裂傷)’이라고 한다. 열상이 생겨 병원에 가면 일반적으로 꿰매 주는데, 이는 염증을 방지하고 열상 입은 부위를 빨리 원상 복구하기 위한 조치다. 열상이 있을 때는 열상의 정확한 부위를 확인한 후 거즈를 덮고 손으로 눌러주면 지혈이 된다. 이렇게 응급처치를 하고 난 다음에는 병원에 가서 상처를 꿰매면 된다. 늦어도 최고 24시간(보통 6∼8시간) 이내에 의사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에 세균이 침입해 염증이 생겨 꿰맬 수가 없다.
열상은 상처 부위와 정도에 따라 치유 시간이 다르다. 대개 얼굴 부위는 3∼5일 후에 실을 뽑고 팔다리는 10∼14일 후에 실을 뽑는다. 열상을 입었을 때를 기준으로 4년 이내에 파상풍 주사를 맞지 않았거나 더러운 곳에서 열상을 입었을 때는 파상풍 주사를 맞아야 한다.
흔히 상처가 나면 지혈제를 바르는데, 별로 권장할 방법이 아니다. 송형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하얀색 가루로 된 지혈제가 상처 부위에 붙어서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피가 나지 말라고 상처 윗부분을 고무줄이나 끈으로 동여매는 것도 좋은 치료법이 아니다. 동여매면 피가 돌지 않아 아랫부분을 절단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상처 부위를 거즈 대신 소독 솜으로 감싸는 것도 피해야 한다. 가느다란 솜털이 상처 부위에 붙어서 병원에 갔을 때 후속 처치가 어려워진다.
○ 교통사고 시 직접 환자 이송 금물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었을 때는 우선 사고차량이 폭발할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시동을 끈 후 차가 움직이지 않도록 돌이나 나무로 바퀴를 고정시켜야 한다.
사고로 환자가 생겼을 때 처음 목격한 사람이 피해자를 직접 차에 타워 병원까지 자가용으로 이송하는 것은 옳지 못한 방법이다. 그럴 경우 오히려 환자 사망률을 높일 수 있으니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전문적인 응급처치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직접 환자를 이송하다가 척추를 다치거나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임경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를 5∼10분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보다는 시간이 다소 지체되더라도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한 후 구급차로 이송하는 것이 사망률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에게는 “구조대가 곧 도착한다”고 말해 안심시키고 의식이 없다면 양손으로 환자의 뺨과 머리를 잡고 위쪽으로 살짝 잡아 당겨 머리가 몸체와 일직선을 유지하도록 고정시킨다.
○ 일사병으로 쓰러지면 찬물로 몸 식혀줘야
여름철 한참 더운 시간에 오랫동안 일하거나 놀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쓰러진다면 일사병일 확률이 높다. 일사병은 체온이 올라가는데도 땀이 나지 않아 체온이 끊임없이 올라갈 때 생긴다.
인체는 더우면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한다. 그러나 땀이 나지 않으면 몸에 열이 축적되고 뇌에 있는 체온조절 중추가 기능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탈수에 의해 심한 갈증, 두통, 혼란, 피로, 무력감이 생기고 심하면 의식을 잃기도 한다.
이럴 때는 빨리 체온을 낮춰줘야 한다.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찬물이나 얼음으로 피부를 계속 닦아준다.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 주는 것도 중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맥 수액공급이 필요할 때도 있다. 환자가 조금 기운을 차린 후에도 누워서 쉬는 것이 좋다.
○ 뱀에 물렸을 때 입으로 독 빨지 말아야
뱀에 물리고 나서 입으로 독을 빨아낸다든지 물린 부위를 칼로 째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칼로 째다가 잘못해서 동맥을 건드리면 더 위험할 수 있다. 잇몸질환이나 입 안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입으로 빨아낸다고 하다가 오히려 중독될 수 있다.
뱀에 물린 후에는 우선 독사인지부터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린 부위를 확인해 2개의 독니에 의한 작은 구멍이 있는지 확인한다. 움직이면 혈액순환이 빨라져 독소가 빨리 퍼지므로 일단 환자를 진정시킨다. 물린 지 15분 이내에 흡입기구를 이용해 독을 최대한 제거한다. 흡입기구는 시중에서 1만, 2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상처가 난 부위 5∼10cm 위쪽을 헝겊으로 묶은 후 병원으로 이송한다. 독사에 물린 환자는 일단 아무것도 먹지 않도록 한다. 특히 술은 독을 빨리 퍼지게 하므로 치명적이다.
벌에 쏘인 후 벌침을 없앤다고 손가락이나 족집게로 건드리는 것은 금물이다. 벌침에 있는 침낭(독주머니)을 잘못 건드리기 쉽다. 침낭 속에는 독이 들어 있으며 잘못 건드리면 독이 한꺼번에 몸 안에 들어온다. 벌침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용카드처럼 납작한 물체를 45도 각도로 세운 후 피부를 긁으면서 제거하는 것이다.
벌침을 제거한 후에는 얼음주머니를 대줘 독이 흡수되는 것을 줄이고 부기와 통증을 가라앉히며 15분간 상태를 살핀다. 벌에 쏘인 부위가 부어오르다 멈추는 등 국소적인 증상만 있으면 다행이지만 일부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의 경우 심한 과민반응이 생길 수 있다. 비염, 아토피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5배 위험하다. 입이나 혀가 붓고 숨을 쉴 수 없으면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