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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근의 멘탈 투자 강의]경제와 증시 관계 알려면…

입력 | 2009-07-13 02:59:00


경제와 증시 관계 알려면 강아지와 산책을

주인인 경제가 뛰기 시작하면 강아지인 증시는 앞질러 뛰어가
뛰던 주인이 멈춰 강아지 부르면 강아지는 오히려 주인 뒤로 후퇴

경기에 대한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동안 정체돼 있는 자산 가격의 향방도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호하다. 세계적으로 “최악은 지났다”는 낙관론과 “더 많은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펴던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견해를 바꾸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 요즘같이 경기의 움직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적도, 그래서 그에 대한 부담이 많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난해 이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만 대박이 났다는 우스갯소리도 돈다.

글로벌 증시가 바닥을 친 지난해 10월 이후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별반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올해 5월까지 각국의 주식시장은 많게는 100% 가까이 상승했다. 지금은 또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주식시장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경제와 증시는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항상 숙명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거의 별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가인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강아지와의 산책’ 이론과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herd behavior)을 엮어 설명하면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가능하다.

애견을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나선다. 사람이 많은 데서는 목줄을 묶고 걷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줄을 풀어 준다. 겁이 많은 강아지는 주인의 곁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 주인 주위를 맴돌며 따라간다. 예를 들어 주인이 1km를 걷는다면 강아지는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부산하게 주위를 돌기 때문에 2∼3km를 걷는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강아지는 증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걷던 주인이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강아지도 따라 뛸 것이다. 하지만 강아지가 훨씬 빨리 뛸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방향으로 강아지는 주인보다 20∼30m 앞서 뛴다. 순간, 강아지와 너무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한 주인이 멈춰 서서 강아지를 부르면 뒤를 돌아본 강아지는 다시 주인에게로 쏜살같이 뛰어온다. 주인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느낀 강아지는 오히려 주인의 5∼10m 뒤로 후퇴하기도 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가 개선된다. 주인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8∼13% 증가하며 경제 규모도 두 배가량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상하이종합지수는 2.9배, 홍콩H지수는 놀랍게도 11.7배로 상승했다. 강아지가 주인보다도 너무 빨리 뛴 것이다(오버슈팅·overshooting). 최근 수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해 온 중국 경제는 지난해에는 9% 성장에 그쳤다. 비록 성장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9%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그러나 주인이 뛰기를 멈췄다고 생각한 강아지는 이내 쏜살같이 뒤를 향해 뛰어왔다. 작년 한 해 동안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의 하락 폭은 각각 52%, 65%나 됐다(언더슈팅·undershooting).

이처럼 주식시장은 경제의 방향과 ‘결과적으로’ 수렴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언제든지 따로 움직일 수 있다. 이는 속도의 차이 때문이다. 경제는 엄연히 경제활동 참가자들이 만들어 낸 부가가치의 총합으로 계산이 되지만 주식시장의 지수는 투자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전화를 들고 증권사에 주문을 내기만 하면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 이렇게 증시가 경제지표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 때문이다. 사람은 남들과 똑같은 일을 할 때 안정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렇게 경기가 변동하면서 시장에 형성되는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의 개념을 이해하면 의외로 쉽게 투자의 타이밍을 찾을 수 있다.

2002년 이후 뛰기 시작하던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돌발 악재를 만나 달리기를 멈췄다. 어떤 나라는 아직도 뒷걸음질을 하고 있고, 어떤 나라는 이제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걷고 있다. 지금 당장은 지쳐 있어 그럴 힘이 없지만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만 주어지면 언젠간 경제도 다시 뜀박질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주식시장이 경제보다 20∼30m를 앞서가는 장면이 또다시 연출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