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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상훈]디도스와 신종플루, 닮은 점과 다른 점

입력 | 2009-07-13 02:59:00


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신종인플루엔자A(H1N1) 유행이 ‘끝물’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감염자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바이러스 유행 주기가 끝나가고 있어 더는 큰 피해가 없을 거란 얘기다. 신종 전염병의 위협에 시달렸던 국민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 대란을 일으키며 지난주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은 13일부터 큰 불편 없이 인터넷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디도스 공격을 받았던 사이트 대부분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른 컴퓨터를 작동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악성코드를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은 생물학적 바이러스를 닮았기 때문이다. 두 바이러스 모두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후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한다. 초기 잠복기에는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끊임없이 돌연변이(변종)를 만드는 것도 공통점이다.

실제 신종플루는 남반부의 겨울을 이용해 다양한 변이를 일으킨 다음 북반구로 다시 상륙할 수 있다. 방역 당국이 긴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디도스 위기도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악성코드가 활동을 재개하거나 또 다른 변종 악성코드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 바이러스의 두드러진 차이점이 있다. 바로 ‘인간의 개입’이다. 생물학적 바이러스는 인간을 숙주 삼아 살아가지만 인간이 만든 것은 아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방역을 철저히 하고 환자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다. 그게 최선의 대응책이다. 반면 컴퓨터 바이러스는 인간이 개입해 탄생했다. 바이러스 유포자들은 특정 사이트, 특정 국가를 겨냥해 피해를 주기 위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자기 과시욕도 있지만 증오의 감정이 녹아있을 수밖에 없다. 디도스가 진정 국면이라지만 위기감이 계속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많은 사람의 예금 정보가 들어있는 금융권 사이트가 걱정이다. 제1금융권은 어느 정도 디도스 공격 차단 장비를 갖췄지만 중소형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은 아직까지 이 공격에 무방비 상태다. 공격이 확산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악의(惡意)가 개입됐다면 언제 공격이 재개될지 모른다. 정부당국과 보안업체의 철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디도스와의 싸움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김상훈 교육복지부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