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시대엔 車 공부 좀 하셔야 돼요
현대자동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수입차 브랜드의 하이브리드차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가격이 최소 3900만 원 이상이어서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습니다. 그 정도 가격이면 성능이나 크기가 비슷한 일반 자동차를 사고, 남는 돈을 연료비로 쓰는 게 가정경제 차원에서는 오히려 이득이라는 생각을 가진 운전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2000만 원대 초반으로 국산 중형차와 비슷한 금액이어서 접근성이 좋아졌습니다. 외국의 일로만 여겨졌던 친환경 자동차를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불리는 이들 자동차가 운전자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차를 운전하고 관리하면 좋겠지만 자동차를 유지, 보수하는 데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기 때문에 남은 연료와 가스충전소의 거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다녀야 합니다. 가스충전소는 일반 주유소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자칫 연료가 바닥나 곤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복잡한 전자회로와 구동계통의 설계가 일반 자동차와는 조금 달라서 가급적 지정 정비센터를 이용해야 합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차종에 따라 전압이 500V(아반떼 하이브리드는 180V)에 달해 배선이 지나가는 부분을 잘못 건드릴 경우 화재가 발생하거나 부상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로 넘어가면 조금 더 힘들어집니다. 충전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죠.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주차장 없이 이면도로에 주차를 해야 하는 운전자라면 전기차를 운행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주차장이 딸려 있지 않은 주택의 가격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충전시설이 늘어나고 충전시간도 단축되면 점차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감안해 이동거리도 미리 계획을 세워 움직일 수밖에 없겠죠. 타이어 교환 등 간단한 정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정 정비센터를 찾아야 합니다.
수소연료전지차도 충전소가 널리 보급될 때까지는 계획적인 운행을 해야 하고, 복잡한 에너지 변환 시스템과 최대 700기압에 이르는 수소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정비소를 찾아야겠죠.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 뒤면 지금의 동네 카센터와 자동차용품 회사 등도 큰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의 사용설명서가 두꺼워져서 중년 이상 세대들은 골치 아파하는 마당에 앞으로 자동차까지 복잡해진다니 ‘공부’하지 않고는 일상생활도 힘들어질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