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顔淵(안연)’편의 이 章은 정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子貢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정치의 요건으로 足食(족식) 足兵(족병) 民信之(민신지)의 셋을 열거했다. 자공은 ‘必不得已而去(필부득이이거)…何先(하선)?’이라는 어구를 對仗法(대장법)처럼 거듭 이용해서 공자에게 질문을 던졌고, 공자는 去兵(거병)과 去食(거식)을 차례로 말한 뒤 백성의 信(신)은 없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자가 처음에 대답한 “足食足兵民信之矣”에 대해서 조선 선조 때 교정청은 “足食足兵이면 民信之矣리라”라고 현토했다. 주자의 ‘집주(集注)’가 “창고가 가득히 쌓여 있고 무기를 갖춘 다음에 교화가 실행되고 백성이 나(군주)를 신임하게 되는 법이다”라고 풀이한 것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정약용은 그 세 가지는 각각 하나의 일이므로 서로 관련지어 볼 수가 없다고 했다.
子路(자로)가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先之勞之(선지로지)”라 했다. 몸소 먼저 하며 백성의 일에 수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로가 더 여쭙자 공자는 “無倦(무권)”이라고 답했다. 게을리 말라는 뜻이다. 자로에게는 정치가의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자공에게는 정치의 근본 요체를 말한 것이다. 둘 다 현대의 정치가가 귀 기울여야 할 말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