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한 논쟁이 무르익고 있다. 7월 들어 경제 지표들이 호전과 침체의 이중적인 신호를 보이면서 좀처럼 경기에 대한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40일 만에 파산보호에서 탈출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5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 10년 중 가장 견실했다. 중국의 수출 감소폭도 20%대 후반에서 6월에는 21%로 줄어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안정은 달러 가치와 원자재 가격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안정을 의미하며 곧 2차 실물위기의 가능성을 낮추는 신호다. 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그만큼 긍정적인 하반기를 기대해볼 만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도 팽배하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로 하향하고 있고 올해 석유소비는 중국의 수요 증가에도 전년 대비 400만 배럴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록 유가 안정으로 물가 상승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석유 소비가 너무 많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 2분기까지 세계 경제가 그나마 회복세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각국 정부의 정책 효과에 따른 것이다. 최근 중국의 경기 호전을 지나친 자금 공급에 따른 것으로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위기극복 과정에서 정부 역할이 컸다는 증거다. 그런데 각국 정부는 이미 올해 경기부양 자금의 상당부분을 집행했다. 그동안 재정투자 규모가 컸던 베트남과 그리스 등 몇몇 국가는 벌써부터 재정 악화로 경기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에 자생적인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대안이 없는 한계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다. 지금은 세계 경제의 자생력을 시험하는 기간이다.
본격적인 실적 발표 시즌이다. 기업 실적은 대부분 예상보다는 덜 나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 모멘텀을 보려면 2분기 실적보다도 3분기 실적 전망에 주목해야 한다. 하반기 정부의 역할이 상반기보다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업 실적을 통해 세계 경제의 자생적 성장 가능성을 측정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여력이 바닥났고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 대부분의 경제변수 또한 중립적인 상황이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또 준비하고 있을까. 경제의 자생력 테스트는 이제 정부보다는 기업이 치러내야 할 시기다.
홍성국 대우증권 홀세일본부장(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