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US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미키마우스’ 지은희(23·휠라코리아). 그는 8번째 도전 만에 메이저 퀸이 되는 영광을 누렸기에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꿈꾼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처럼 메이저 대회 14승을 올리며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의 기록(18승)을 넘보기도 하지만 뛰어난 기량에도 메이저 무대와는 인연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다 이달 초 출산을 위해 귀국한 ‘슈퍼 땅콩’ 김미현(KT)은 1999년부터 8승을 거뒀으나 메이저 무대에는 39번 출전해 아직 우승이 없다. 단신(153cm)의 핸디캡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그보다 더 작은 ‘울트라 땅콩’ 장정(151cm)은 2005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트로피를 안았다.
남자 골프에서 콜린 몽고메리(46·스코틀랜드)는 ‘메이저 우승 경력이 없는 최고의 골퍼’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듣는다. 유럽 투어에서 통산 39승을 거둔 강자이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5차례 준우승만 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도 메이저 대회에서는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필 미켈슨(미국)은 2004년 마스터스에서 47번째 도전 끝에 메이저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메이저 대회 우승자는 하늘이 점지한다거나 실력과 운이 함께 따라야 영광을 누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들은 메이저 챔피언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관찰하면 신들린 듯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은희의 멘털 상담을 했던 체육과학연구원 김병현 박사는 “큰 경기일수록 평소 습관의 지배를 받는다. 많은 훈련량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복잡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정상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