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하이브리드’로
지금 車주문하면 7개월은 기다려야
전기-전자 산업등 ‘하이브리드 특수’
中企들, 속속 車부품 생산 업종 전환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HS250h·사진)을 14일 선보였다. 도요타가 고급 승용차 브랜드인 렉서스에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격이 395만 엔(최저가격 기준)으로 기존 렉서스 모델(399만 엔)보다 싸다. L당 23km를 주행할 수 있어 연료소비효율이 벤츠 BMW 등 동급 경쟁 차종보다 두 배 이상이나 좋다. 도요타는 이날 3000대가 넘는 사전예약을 받아 최근 일본 내에 불고 있는 하이브리드 열풍을 실감케 했다.
○ 하이브리드, 일본 경제의 견인차 되나
지난달 일본 자동차시장에 이변이 일어났다. 도요타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3세대형 프리우스가 경차를 포함한 월간 판매실적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 판매 대수가 2만2292대로 2위인 스즈키자동차의 경차모델 왜건R(1만6185대)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프리우스는 자국 내 수주량이 이미 20만 대를 넘어 지금 주문해도 내년 2월 중순 이후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 올해 2월부터 판매한 혼다의 하이브리드차 ‘인사이트’도 올해 2월 판매 에 나선 뒤 꾸준히 팔리면서 지난달 전체 판매순위 7위(8782대)에 올랐다.
도요타와 혼다는 작년 말 이후 중단했던 휴일근무와 잔업을 재개하는 등 생산시설을 풀가동하고 있다. 공황상태에 빠졌던 자동차산업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 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7년 만에 1000만 대 밑으로 떨어져 전년 대비 15.2% 감소라는 최악을 기록했다. 일본 경기가 아직 침체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하이브리드차가 일본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일본 자동차업계가 하이브리드차에 거는 기대는 크다. JP모간의 하이브리드 시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7만 대 규모인 하이브리드 시장은 2018년에 90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산업구조 개편도 주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향후 주력차종으로 확실한 입지를 굳힐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기전자, 화학, 섬유 등 자동차 이외의 산업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하이브리드는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기 관련 부품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자동차용 전지 관련 기술업체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전기전자업체인 파나소닉은 현재 사용하는 2차전지보다 축전 성능이 뛰어난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위해 도요타와 최근 ‘파나소닉EV에너지’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일본에는 2차 전지개발을 위해 자동차업체와 전기전자업체가 합작투자해 세운 회사만 5곳이다.
자동차 산업과는 무관했던 금속가공이나 섬유가공 등 중소기업체들이 하이브리드차 부품 생산으로 ‘전업’하는 사례도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2차전지, 모터와 관련한 새로운 부품이 필요하지만 아직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회사가 부족하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차가 가져올 변화가 자동차 산업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경제효과가 전 산업에 골고루 퍼지면서 자동차산업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얘기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미국은 ‘그린 혁명’으로 ▼
태양열-풍력-지열-쓰레기 소각…
“신재생 에너지 1500억달러 투자”
일자리 10년간 500만개 창출 기대
‘풍력에서부터 태양열, 지열, 쓰레기 소각에 이르기까지 석유와 석탄을 대체할 가능한 모든 에너지원을 개발하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은 국제유가 불안에 따른 에너지비용 절감과 환경보호,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정부는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지는 상황에서 각종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각종 연관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비전 제시에 맞춰 지방정부들도 공격적 세제 혜택과 투자 유치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행보 빨라지는 지방정부
주정부와 주요도시 등 지방정부들은 연방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관련 기업과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데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방정부가 주는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시는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2010년까지 1990년 수준 대비 17.5%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석유와 가스 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빗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가 하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일정금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 로스앤젤레스 시 인근의 넓은 사막지대와 산악지역에 풍력 발전, 태양열 발전설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는 태양열 발전 설비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가전제품을 갖춰 외부 에너지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이른바 ‘제로 에너지 주택’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플로리다 태양에너지센터는 최근 미 에너지부의 후원으로 5개의 시범 ‘제로 에너지주택’을 만들어 재생에너지 활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주택들은 이중 창문, 단열재 등을 사용해 온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데운다.
이 밖에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는 세제혜택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주택과 빌딩 건축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는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자금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주택 재건축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28개 주가 전력의 일정부분 이상을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발전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 그린 뉴딜의 핵심도 신재생에너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추진해온 ‘그린 뉴딜’의 핵심도 신재생에너지 분야다. 따라서 미국 지방정부들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정부는 향후 10년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1500억 달러를 투입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주요 건물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의무화하는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제도를 전면 시행해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2012년까지 10%, 2025년까지는 25%로 늘릴 계획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CO2 감축 의무 규정인 교토의정서에 가입하지 않는 등 친환경 산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미국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 뉴딜’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