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반란(The Red Rebel).’
18일 오후 7시 30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부천FC1995와 친선경기를 갖는 영국 ‘FC UM(United of Manchester)’은 속칭 ‘유맨’이라 불리는 클럽의 애칭이다. 2005년 5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국 스포츠재벌 말콤 글레이저에 의해 인수되자 이에 분노한 서포터들은 그해 6월 14일 유맨을 창단한다. 맨유의 이름을 절묘하게 뒤집은 게 이색적이다. ‘붉은 반란’이라는 애칭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맨의 창단은 외국 자본의 급속한 유입에 따른 프리미어리그와 클럽의 상업화에 맞선 축구 팬들의 고민과 투쟁에서 탄생된 조그만 기적이었다. 이들은 프로 스포츠는 연고주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맨체스터를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 축구팀을 찾겠다는 열망으로 팀 창단을 추진했다. 모두들 불가능할 거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수천 명 맨체스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10만파운드(2억원)의 모금액이 창단자금이 됐고, 선수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창단 과정만큼이나 이후 그들이 걸어 온 행보도 드라마틱하다. 유맨은 2005년 10부 리그 격인 노스웨스트 카운티스 리그 디비전 투(North West Counties League Division Two)에 참여한 뒤 승격을 거듭했다. 2008-2009시즌에는 승점 1점 차로 아쉽게 6부 리그 승격의 기회를 놓쳤고, 2009-2010시즌에는 7부 리그 격인 노턴 프리미어리그 프리미어 디비전(Northern Premier League Premier Division)에서 계속 뛰게 됐다. 이들은 4부 리그 베리FC의 홈구장 긱 레인(Gigg Lane)을 임대해 창단 이후 줄곧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2008-2009시즌 1경기 평균관중은 2152명. 같은 리그의 다른 팀들보다 3-4배 많은 숫자다.
부천FC1995 역시 한국축구 최초로 팬들이 창단한 축구팀이다. 2007년 부천을 연고로 하던 K리그 팀이 일방적으로 연고 이전을 결정하자 서포터 모임 헤르메스가 주축이 돼 부천FC1995를 창단했다. 1995는 헤르메스가 PC통신을 통해 결성된 해를 뜻한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두 팀의 친선경기가 유독 많은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이처럼 같은 창단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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