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미사일을 여기저기 날려도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증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에 단숨에 50포인트나 추락했다. 증시가 김 위원장의 중병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김 위원장 사후 북한의 내부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만큼 증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우리 증시가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이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설사 북한이 서서히 붕괴하더라도 그 이후 나타날 정치적 경제적 부담에 대한 투자자들의 본능적인 기피 심리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미국의 유명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김 위원장이 1년 내 사망할 가능성이 70%라고 보도했고 김 위원장의 암 투병설까지 나오는 판이라 이제 북한 변수는 단순한 가능성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북한의 급변 사태에 증시는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김 위원장 사후 북한이 어떤 체제로 변화할지에 대해선 다양한 주장이 있어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주변 4대 강국, 특히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북한 안정화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남한의 정치 경제적 부담은 일부 예상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경제적 부담에 대해 진단해보자. 1989년 독일 통일 당시 동독의 국내총생산(GDP)은 1인당 5840달러, 서독은 약 2만 달러였다. 서독의 인구가 3배 많았으니 서독의 GDP가 동독보다 10배가량 많았다는 얘기다. 현재 북한의 1인당 GDP는 1000달러 내외라는 것이 중론이다. 역산해보면 북한의 총 GDP는 230억 달러 정도다. 환율 변수가 있지만 남한의 GDP는 9000억 달러다.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는 40배가 넘는 셈이다.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해도 남한의 경제력은 북한경제를 정상화시키고 통일 이후의 각종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게다가 2300만 북한 주민이 경제권에 편입되면 중장기적인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북한의 엄청난 지하자원과 값싼 토지 및 노동력도 남한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북한을 마냥 성가시거나 불안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다. 무엇보다 북한 변수는 이미 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알려진 변수는 현실화돼도 그 충격이 덜하다.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다. 독일 통일은 졸지에 찾아온 돌발 변수였다. 오히려 지금은 북한 관련 호재 종목을 찾는 것이 현명한 투자가의 선택일지 모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