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정성희]빌 게이츠 vs 허리케인

입력 | 2009-07-17 02:56:00


권력자의 기원이 천문을 읽고 기상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예전엔 날씨가 인간 생명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인간은 늘 날씨를 통제하려고 노력했다. 중세에는 대포와 교회 종(鐘)을 이용해 비가 내리도록 시도한 적도 있다. 천둥이 치면 비가 내리기 때문에 굉음을 유발하면 비가 내릴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인간의 노력은 인공강우가 성공하며 어느 정도 결실을 보고 있다.

▷기술 발전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허리케인을 통제한다는 발상은 신선하다 못해 무모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것을 시도하는 사람이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매년 미 남동부를 강타하는 허리케인을 길들이는 일에 도전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네이선 미어볼드가 세운 발명개발업체 인텔렉추얼 벤처스 산하 시어리트의 이름으로 특허청에 허리케인 통제 기술에 대한 특허신청을 냈다.

▷허리케인으로 발전하는 열대 폭풍우는 해수면 온도가 27도 이상인 해역에서 가열된 공기가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아 상승하면서 저기압을 형성해 발생한다. 상승기류에 유입된 수증기는 공기 중에서 물로 변하는 응축 과정을 거쳐 동력을 얻는다. 게이츠와 동료들은 특수 제작한 해수(海水)혼합장치를 통해 심해(深海)의 찬물을 끌어올려 해수면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제안했다. 해수면 온도를 낮춰 허리케인의 에너지 공급원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허리케인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게이츠가 처음은 아니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스톰퓨리(STORMFURY)’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요오드화은과 드라이아이스를 구름에 뿌려 폭풍의 강도를 약화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실패였다. 어떤 과학자들은 수소폭탄으로 허리케인을 폭파해 폭풍을 대륙 바깥으로 밀어내는 방안을 제시한다. 보이진 않지만 바다에도 길, 그러니까 해류(海流)가 있다. 게이츠의 발상은 이런 해양시스템을 흔들어놓을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래도 혹시 아는가. 정보기술(IT) 혁명의 새 길을 낸 게이츠가 자연에도 새 길을 낼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