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에 즐기는 싱글몰트 위스키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섬 태생의 ‘라프로익’이란 싱글몰트 위스키(한 증류소에서 100% 맥아로 만든 위스키)를 마셔본 후 싱글몰트 위스키야말로 여름에 제격인 술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 더워서 긴긴 여름밤. 술잔에, 연인의 눈 속에 둥근 달을 띄워 마셔보면 어떨까.
○ 바다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라프로익
라프로익에 대한 이러저러한 평판이 들려왔다. 라프로익이 내걸고 있는 슬로건인 ‘사랑과 증오는 백지장 차이’(There is a thin line between love and hate)처럼 이 술을 두고 애주가들의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갈렸다. 어떤 이는 치명적 매혹이라 하고, 어떤 이는 매우 역겹다고 하니 어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으리.
13만 원대로 동일 가격대인 ‘맥켈란 15년산’과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10∼15년 작은 통에서 숙성시킨 술)를 미스코리아 진(眞)과 선(善)을 가리듯 테이블 위에 세워두고 감상했으나 이는 잠깐이었다. 어서 맛을 보고 싶은 조바심 때문이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스키 성지여행’이란 책에서 이렇게 썼다. ‘모든 공정이 끝나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차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참나무통 속에서 위스키는 10년에 걸쳐 숙성된다. 그 형뻘이 되는 15년 된 위스키는 다시 5년이 더 걸린다. 모두 오랜 세월이다. 그러나 기다릴 만한 가치는 있다.’
황금색 라프로익을 투명한 잔에 따라 코에 가져간 순간 요오드향과 페놀향이 후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처음 이 술을 접한 30대 남성 동석자 K 씨는 “병원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였다. 이 술을 입에 머금자 처음엔 단맛이 나는가 싶더니 꽉 차도록 진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그 다음이 압권이었다. 훈제 연어의 스모키향이 천천히 식도를 따라 올라오다가 혀끝에 짠맛이 쩍쩍 달라붙는 게 아닌가.
마치 몸 전체가 바다가 된 것 같았다. 라프로익이란 술이 파도가 돼 몸속을 훑은 후 혀끝에 소금기를 남기는 그런 느낌…. 비록 K 씨는 어색한 표정으로 “그 옛날 정로환 맛”이라 했지만, 이 술에 반한 나는 여름과 바다의 술로 라프로익을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됐다. 세계 최고의 아일레이 위스키 중 하나로 꼽히는 라프로익은 영국 왕실이 유일하게 ‘왕실 인증서’를 준 싱글몰트 위스키이기도 하다.
○ 싱글몰트 위스키를 여름에 즐기는 방법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을 선보이는 ‘윌리엄 그랜트앤 선스’도 홈메이드 싱글몰트 위스키 칵테일 제조법을 소개했다. ‘글렌피딕 피디치 퓨전’은 온더록 잔에 각진 얼음을 넣고 글렌피딕 12년산 50mL(스트레이트 한 잔 정도)와 녹차 두 스푼, 민트 잎 5개를 넣어 만든다. 좀 더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글렌피딕 애플데코’를 추천! 온더록 잔에 글렌피딕 12년산 30mL와 허니 시럽, 사과주스, 레몬주스를 취향에 따라 넣고 잘게 간 얼음을 넣는다.
맥켈란을 내놓는 ‘맥시엄 코리아’의 김태호 차장은 “얼음 몇 조각을 담은 키 높은 유리잔에 맥켈란 3분의 2와 소다수 3분의 1을 넣고 라임 또는 레몬 한 조각을 곁들이면 간편하게 싱글몰트 위스키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소다수와 레몬만 첨가해도 단순히 ‘온더록스’로 마실 때보다 청량감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맥켈란 미스트 셔벗’도 만들어볼 수 있다. 재료는 휘핑크림 1파인트, 맥켈란 싱글몰트 위스키, 신선한 딸기 또는 라즈베리, 설탕, 머랭(달걀 흰자위와 설탕을 섞어 살짝 구운 것). 함께 따라 만들면서 여름과 싱글몰트 위스키의 궁합을 느껴보시길.
① 휘핑크림을 부드러워질 때까지 가볍게 저어준다.
② 기호에 따라 두 세 스푼의 설탕과 맥켈란 몰트 위스키 를 넣는다.
③ 머랭을 잘게 으깨 1, 2 재료들과 잘 섞는다.
④ 작은 푸딩접시를 준비해 얇게 자른 딸기 또는 라즈베 리를 깔아놓는다.
⑤ 잘 섞은 크림 혼합물을 스푼으로 떠서 4 위에 올린다.
⑥ 마지막으로 딸기나 라즈베리로 장식물 처리를 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