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편으로 간 사람/베아 우스마 쉬페르트 지음·이원경 옮김/77쪽·9000원·비룡소(11세 이상)
1969년 7월 20일 오전 9시 56분 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올드린이 탄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다. 세계 47개국 6억 명이 이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봤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두 사람과 교신을 하며 격려했다. 그러는 동안 마이클 콜린스는 어둠 속에서 달의 뒤편을 비행하고 있었다. 그는 아폴로 11호의 사령선인 컬럼비아호를 조종하며 달 표면의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달 뒤편을 지나는 48분 동안 모든 무선 교신은 끊겼다.
두 사람이 달에서 임무를 마치고 우주선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는 컴퓨터에 850개가 넘는 명령은 내렸다. 우주선 벽면은 700개가 넘는 스위치, 경보 버튼, 계측기로 가득했다. 그중 몇 개의 경고등은 절대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자신과 동료들의 생명이 한순간에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위대한 조연’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지금도 암스트롱과 올드린이란 두 영웅은 알아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자기 임무에 자부심을 가졌다. 이 책에는 그가 달의 뒤편에서 쓴 메모가 실려 있다. ‘나는 지금 혼자다. 정말로 혼자다. 나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로부터 완전히 멀어져 있다. 이곳에서 생명체는 나뿐이다…내가 가진 이 강렬한 느낌은 두려움이나 외로움이 아니라 깨달음, 기대감, 자신감 그리고 환희에 가깝다. 나는 이 느낌이 좋다.’
그는 달 뒤편에 다녀온 뒤 1972년 아폴로 17호의 선장이 되어 달라는 제의를 거절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받아들였다면 마지막으로 달을 밟은 사람이 됐을 것이다. 우주비행사를 그만둔 뒤에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관장이 됐다. 지금은 은퇴해서 낚시를 즐기며 산다.
이 책에는 그가 직접 우주선 안에서 찍은 사진, 우주선 점검표 등 생생한 볼거리가 많다. 우주인의 식단, 우주복의 구조, 우주선의 비행원리 등 과학 상식도 풍부하다. 조금 어려운 대목도 있어 부모의 조언이 필요하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