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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링크]벌레도 잡초도 자연의 일부 ‘명품 사과’는 그들과 자랐다

입력 | 2009-07-18 03:00:00


◇기적의 사과/이시카와 다쿠지 지음·이영미 옮김/246쪽·1만1000원·김영사

온라인 판매로 3분 만에 품절되는 사과, 이것을 재료로 만든 수프를 레스토랑에서 먹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사과로 만든 주스는 한 정치인이 판매량의 3분의 1을 사들인다. 이 사과는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 씨가 재배한 것이다. NHK는 2006년 10월 그의 사과를 보도했다. 방송이 나간 뒤 사과를 먹어보고 싶다는 수백 통의 편지가 방송국으로 왔다. 스님, 의사, 야쿠자 두목까지 그의 집에 찾아왔다. 일본인들은 왜 그의 사과에 이토록 열광할까?

그의 과수원은 잡초 밭이다. 메뚜기가 폴짝거리고, 벌 떼가 윙윙거린다. 개구리, 들쥐, 토끼, 뱀이 산다. 30년 전 과수 농사를 시작한 뒤 한 번도 농약을 친 적이 없다.

자연 농법을 시작한 이유는 농약에 민감한 아내 때문이었다. 자연 농법의 창시자인 후쿠오카 마사노부(福岡正信·1913∼2008)의 책을 교본으로 삼았다. 후쿠오카는 인간의 지혜를 부정하고 인위적인 행위 일체를 쓸모없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오카의 이론을 현실에 적용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병충해가 들끓고 사과나무는 죽어갔다. 하는 수 없이 농약 대신 마늘과 고추냉이 즙을 뿌리고 풀을 벴다. 그래도 몰려드는 벌레를 막을 수 없었다. 무농약 재배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포기의 문턱에 섰다.

깨달음은 우연히 찾아왔다. 등산 도중 그는 도토리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것을 봤다. 정수리에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도토리나무가 있는 곳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낙엽이 썩어서 생긴 부드러운 흙은 과수원과 전혀 달랐다. 문제는 흙이었다.

그는 콩을 심었다. 콩의 뿌리혹박테리아가 땅의 힘을 돋웠다. 면역력을 회복한 사과나무는 9년 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그해 가을 그는 탁구공만 한 사과를 산더미처럼 수확했다. 몇 년이 더 흐르자 사과는 명품이 됐다. 사과 조각이 자르는 칼에 달라붙을 정도로 당도가 높았다. 잘라서 보관해도 갈색으로 변하지 않고 썩지도 않았다. 30년의 인내가 ‘기적의 열매’를 맺었다.

그가 오랜 세월 끝에 터득한 사과 농사법은 단순했다. 자연 속에서 따로 독립해서 살아가는 생명은 없으며 농부는 무수한 생명이 서로 얽히고설킨 채 존재하는 자연 전체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현암사)는 경북 봉화에서 농사짓는 전우익 씨가 지인들과 나눈 9년간의 편지를 묶었다. 청년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뒤 고향에 정착한 저자가 농사를 지으며 깨달은 자연의 섭리와 세상살이의 이치가 담겨 있다. ‘오리에게 길을 묻다’(애그리)는 도시에 살던 평범한 주부가 농업 최고경영자(CEO)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렸다. 농업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몸살’(강)은 출판사를 운영하며 서울에서 살던 한승오 씨의 귀농 일기다. 초보 농사꾼이 2년간 겪은 시행착오를 기록했다. ‘농사짓는 즐거움’(흙살림연구소)은 농사를 소명으로 여기는 젊은 농군 24명의 이야기다. 위기의 한국농업이 어떻게 하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