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신생팀 강원 FC 최순호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N리그 현대미포조선 시절은 지도자로서 많이 배운 시기”라고 말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코치와 감독을 했던 6년간(1999∼2004년)은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3년간 2부 리그인 미포조선에서 비로소 축구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미포조선 단장이었던 노흥섭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최 감독이 짧고 간결한 패스로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등 흥미 있는 축구를 시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프로에서는 성적 압박에 매 경기 승리에 집착하다 보니 자신만의 색깔을 펴기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하부 리그를 마다하지 않고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다양한 실험을 한 게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미포조선을 맡은 다음 해인 2007년 N리그 통합 우승을 이뤘고 지난해 2연패를 이끌었다. K리.그에 비해 수준이 낮은 팀이었지만 체계적인 훈련으로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최 감독은 올해 강원 사령탑으로 K리그로 돌아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후발 주자여서 선수 구성이 쉽지 않지만 지더라도 활기차고 재밌는 경기로 팬들에게 다가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경기로 직접 보여줬다. 강원은 짧은 패스 위주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 “경기에서 져도 재밌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은 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정규리그에서 15팀 중 6위를 달리고 있다. 3월 14일 FC 서울을 2-1로 꺾었고 6월 21일엔 성남 일화를 4-1, 6월 27일엔 전북 현대를 5-2로 대파해 ‘강호 킬러’로 떠올랐다. 현재 강원은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1만5000여 명의 팬을 끌어들여 1위 수원 삼성(1만6000여 명)에 이어 홈 관중 2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라도 기본기를 철저하게 다지고 반복적인 훈련을 해야 팀 컬러를 낼 수 있습니다.” 최 감독이 N리그에서 습득한 지도 철학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