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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후 흑인사회에 첫 메시지 “고맙다, 하지만…”

입력 | 2009-07-18 03:03:00


“열심히 배워라… 아무도 운명을 대신 써주진 않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1등 공신인 흑인 커뮤니티에 던진 첫 메시지는 “고맙다. 하지만 책임감을 가지라”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뉴욕에서 열린 NAACP(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유색인종 지위 향상을 위한 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특별 연설을 했다. 취임한 지 6개월이 흐른 즈음에 흑인 사회를 상대로 가진 첫 연설이다.

그는 “민권 지도자들의 용기와 활력, 희생이 오늘 이 자리의 나를 만들었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소수 인종이 처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제 미국에 더는 차별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보다 더 차별이 적었던 시대는 없었다. 그러나 실수하지 말라. 차별의 고통은 여전히 느껴진다. 같은 일을 하고도 다른 인종과 남성에 비해 여전히 임금이 적은 흑인 여성에 의해,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라티노들에 의해, 무릎 꿇고 기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심받는 무슬림에 의해, 동성애자들에 의해….”

이어 그는 “경제난이 모든 인종을 강타했지만 가장 실업률이 높은 건 흑인이다. 의료보험 없이 질병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것도 흑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년간 인종문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고 우회적인 표현만 사용해 온 그로선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은 불평등에 맞서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기회를 찾는 데 가장 좋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흑인 부모들에게 “책임감을 가지라”며 “집에서 X박스(게임기)를 치우고, 아이들의 취침시간을 관리하라. 학부모 모임에 참가하고 책을 읽어주고 숙제를 도와주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큰 뜻을 품게 하라. 아이들이 래퍼(rapper)만이 아니라, 과학자 기술자 의사 교사 대법관 대통령이 되겠다는 열망을 갖도록 하자”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을 향해 “여러분이 흑인이라면 범죄와 갱의 환경 속에서 자라날 가능성이 더 높고, 빈민가에서 산다면 부유층 동네 아이들은 겪지 않을 도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나쁜 성적과 수업을 빼먹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교육을 포기할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아무도 너의 운명을 써놓지 않았다. 너의 운명은 너의 손에 있다.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