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문학구장 풍경. 일찌감치 쏟아진 비로 예정됐던 삼성전은 취소됐건만 SK 김성근 감독은 점심을 서둘러 먹은 뒤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로 갔다. 따라가 보니 포수 훈련장.
전날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에서 건너온 미우라 포수 인스트럭터가 포수들을 전원 모아놓고 가르치고 있었다. 박철영, 고정식 1-2군 배터리 코치도 함께 있었다. 환풍기를 틀어놨어도 습기가 가득한 곳에서 코치들은 끝없이 볼을 던지고 포수들은 교대로 받았다. 미우라 코치는 플레이 마디마디마다 충고를 건넸다. 김 감독은 선채로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잠깐 휴식 차 밖에 나온 포수 한 명은 “포수 교실 열렸다”고 농담 섞어 표현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정상호 등 SK의 포수 전원이 모였는데 미우라 코치는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치는 것처럼 보였다. 또 하나 의아한 사실은 내야수인 안준형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고 교습을 받고 있었다는 것. 박 코치는 “야수가 포수로 들어올 상황도 대비해야 된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뿐 아니라 1루수 전향을 위해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던 이재원,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하다 복귀한 허일상, 해병대를 제대한 뒤 “야구하고 싶다”고 김 감독을 찾아와 신고선수로 입단한 윤상균 등 ‘7인의 교육생’은 가히 외인구단 수준이었다. 유격수 나주환까지 포수가 가능하니 양적으론 포수 왕국이다. 물론 ‘박경완 이후’를 떠올리면 풍요 속의 빈곤이겠지만.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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