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건보공단 약값조정 싸고 2달째 줄다리기
“새벽에 물마시다 눈물이… 3차 협상 꼭 타결되길”
"요즘 제가 눈물이 참 많아졌습니다. 그간 힘들게 살아오면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혈우병 환자 조상진 씨(59·가명)가 기자에게 보낸 e메일은 이렇게 시작했다. 혈우병 치료제 '노보세븐'의 약값을 둘러싼 논란으로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본보 기사(16일자 A8면)의 주인공인 조 씨가 애달픈 사연을 보내왔다. 약값을 둘러싸고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이 갈등을 빚으면서 제약사는 5월부터 노보세븐의 공급을 중단했다.
"잠에서 깼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자식들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여기까지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힘이 듭니다."
조 씨는 두 달째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반 년 가까이 진행된 제약사와 건보공단 간의 조정 협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협상과는 별개로 위급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양 만큼은 약을 공급해 달라"는 혈우병 환자들의 간절한 호소는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 15일 열렸던 2차 회의에 앞서 혈우병 환자들은 14명의 조정위원들에게 환자들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지만 회의는 환자들의 바람과 정 반대로 끝이 났다.
환자들의 고통이 길어지자 의료관련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보세븐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20일 열리는 3차 회의가 마지막 회의가 될 지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제약사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혈우병 환자들에게 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무상 공급 또는 비정상적 저가 공급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건보공단은 "다른 약품과의 형평성, 건보재정의 건전성을 고려할 때 제약사의 요구는 수용하기 힘들다"며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 씨를 비롯한 혈우병 환자들은 20일에도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를 찾을 예정이다. 매번 좌절을 겪으면서도 "오늘은 협상이 타결되겠지"하는 기대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날 아침부터 목발을 짚고 다시 한번 회의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혈우병 환자들의 생명이 꺼지지 않기를 빌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기를 빌며….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