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황이다. 아파트 판매량이 회복되지 않고 소형아파트가 전성시대를 맞는 등 침체기에 나타나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주택 트렌드를 살펴보면 자투리 공간을 알차게 활용하고 수납공간을 잘 짜 넣은 콤팩트형 실속 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관리비가 적게 나오는 에너지절약형 아파트도 뜨고 있다. 열병합발전소를 이용해 난방하고 에너지효율이 1등급인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집 크기도 점점 작아진다. 면적이 작을수록 관리비가 적게 나가고 보유세 부담도 줄어 소형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 핵가족화, 독신가구 증가 등으로 33m²(10평)에서 99m²(30평)대 사이의 소형아파트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129m²(39평) 이하의 중소형아파트는 없어서 못 팔고 132m²(40평) 이상의 대형아파트는 남아돈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지금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중대형을 사는 게 낫다고 말하고 싶다. 부동산은 한번 사면 2, 3년은 보유해야 하는 만큼 지금 아파트를 산 후 매도를 생각하는 시점에는 다시 중대형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소형아파트는 가격 상승에 한계가 보이고 중대형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바닥에 다다랐다. 또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수요는 꾸준하지만 건설사들은 최근 2년간 주택경기 침체로 집이 팔리지 않아 집을 짓지 못했다. 주택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줄고 있는 것이다.
1998년 주택 인허가 실적은 외환위기 영향으로 역대 최저인 30만6000여 채였다. 올해는 30만 채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년 평균 공급량보다 35%, 최고점과 비교하면 50%가량이 줄어든 규모다. 주택 공급량은 2002년에는 66만 채, 2007년에는 55만 채였다. 2008년에는 37만 채였으니, 이때부터 적정 공급량(50만 채)보다 많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아파트에서 일반분양하는 중대형주택 물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중대형 공동주택지는 토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은 중대형 중심으로 구성했던 아파트를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중소형으로 급하게 변경하거나 중대형으로 분양받은 택지에 소형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용지변경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에다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2006년 11월 15일 부동산대책의 효과가 더해져 2007년부터 나타난 소형주택 선호 현상은 이제 한 사이클을 돌아 2010년이 되면 중대형주택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상승 랠리가 시작되면 수익률은 중대형이 훨씬 높을 것이다.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추진되고 있고 중대형아파트의 3.3m²당 분양가가 소형아파트보다 싸게 책정되는 등 이미 전환점에 다다른 각종 증상과 지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3년 후를 내다본다면 투자할 만한 집은 산, 개울, 텃밭 등이 가까이 있어 공기가 맑고 채광과 환기 조건이 좋은 자연친화형 저에너지 주택과 저평가된 중대형아파트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