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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오프블로그/사람들]“한국과 일본, 게임으로 잇고 싶어요”

입력 | 2009-07-21 02:57:00


국산게임 ‘라그나로크’ 닌텐도DS용으로 만든 하타케야마 씨

최근 문화콘텐츠는 비디오, 모바일 게임, 사운드트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된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으로 잘 알려진 라그나로크 역시 그중 하나. 이명진 작가의 만화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온라인 게임회사 그라비티가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 장르로 발전시켰다. 이어 일본 뮤지션 간노요코(菅野よう子)가 이를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비디오 게임인 닌텐도용 ‘라그나로크DS’가 발매됐다. 이 소프트웨어는 한글화 작업을 거쳐 지난달 25일 국내에도 공개됐다.

라그나로크가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 나가는 데는 단순히 스토리가 강한 힘을 갖고 있어서만이 아니었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프로듀서부 하타케야마 히로키((전,창)山寬生·사진) 디렉터가 한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그라비티의 모회사로 일본 내에서 라그나로크 게임을 퍼블리싱(판권 유통)하고 있다. 그는 한국 콘텐츠를 일본에 소개하고, 이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홍보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맡았다. 또 닌텐도DS용 비디오 게임으로 개발해 이를 다시 한국에 전파했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스스로를 ‘한국 온라인 게임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한국은 네트워크 문화가 발전되어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이 많죠. 비디오 게임이 보편화한 일본에서는 접할 수 없는 문화죠. 실시간으로 협력하고 경쟁한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이 모두가 결국은 ‘소통’인 셈이죠.”

그는 2002년부터 라그나로크 온라인 게임을 일본에 들여가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 내 온라인 게임의 인지도가 낮았기에 그는 조작이 간단하고 가벼운 게임을 들여가 일본인들의 온라인 게임 입문 문턱을 낮추는 데 목표를 두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라그나로크를 닌텐도DS용 비디오 게임으로 확장시켰다. 지난해 말 발매된 라그나로크DS는 10만 장이 넘게 팔렸다.

“비디오 게임화할 때 여러 명이 함께하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무선 인터넷 접속을 통해 최대 3명까지 함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라그나로크에 내리는 해석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르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닌텐도DS용 게임으로 처음 발매되어 화제를 모은 반면, 비디오 게임이 보편화된 일본에서는 한국 온라인 게임이 진출했다는 것 자체가 화제였다.

일본 디지털콘텐츠 산업 백서에 따르면 일본 게임시장 내 온라인 게임의 비중은 약 6%에 불과하다. 그는 “그래도 서서히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게임 선진국이라 하지만 여전히 ‘게임 잘하는 아이=공부 안 하는 아이’라고 보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 비디오 게임에 몰두한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면서 서서히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게임으로 한국과 일본을 잇는 역할을 계속 해야죠. 일본이 비디오 게임 역사가 긴 만큼 게임 컨트롤러(조작기)로 조작하는 온라인 게임이나 복잡하지 않은 스포츠 게임 등을 일본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