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고편 전문 제작사 ‘하하하필름프로덕션’의 최승원 대표(오른쪽)와 김기훈 감독. 이들은 ‘박쥐’ ‘마더’ ‘국가대표’ 등 여러 영화의 예고편을 만들었다. 사진 제공 하하하필름프로덕션
예고편 전문제작사 ‘하하하…’
‘타짜’ ‘마더’등 흥행성공 견인
‘미녀는 괴로워’ ‘타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쌍화점’ ‘마더’ ‘박쥐’까지….
최근 5년간 흥행했던 위의 영화 중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영화 예고편이 모두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예고편 전문 제작사인 ‘하하하필름프로덕션’의 작품이다. 이 회사는 2005년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최승원 대표(32)를 비롯해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기훈(32) 신의철 씨(29) 등 세 명이 의기투합해 세웠다.
이들이 말하는 영화 예고편은 ‘2분짜리 선택의 미학’이다. 영화의 무수한 장면 중에서 눈길을 사로잡을 단 몇 장면만 꼽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의 표현처럼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면서 영화를 다 봤다고 느끼게 하면 안 되는” 순간들의 조합이 예고편이다. 그래서 제작사는 예고편에 들어갈 장면을 추리기 위해 일부 관객들에게 가(假)편집본을 보여주고 설문조사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예고편은 치밀한 전략과 계산의 결과물이다.
2분짜리 예고편에도 금기사항은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기본. 초반 몇 장면만으로 영화의 장르와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화 ‘마더’의 예고편은 그래서 난도가 높았던 작업이었다.
“톱스타 원빈을 노출해야 예고편이 눈길을 끄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어요. 원빈을 많이 드러냈다가 원빈을 범인이라 생각하게 되면 영화를 다 보여주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적게 노출하면 흥미를 못 끌고… 딜레마였죠.”(최 대표)
제작은 대개 개봉 석 달 전부터 들어간다. 제작비는 건당 최소 4000만 원. 보통 영화 한 편에 예고편 한 개가 만들어지지만 히트작일 경우 티저 예고편이 따로 제작되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예고편만 3편이었다.
한국 영화가 쏟아지던 해에는 예고편에도 경쟁이 붙으며 영화의 본질과 다른 ‘낚시용’ 예고편이 속출했다. 더 돋보이기 위해 ‘하하하…’는 예고편을 자체 제작 했을 정도.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앤티크’ ‘미녀는 괴로워’ 등은 영화 속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예고편을 위한 장면을 따로 찍었다.
한 편의 예고편 제작을 위해 편집 전 상태의 영화를 3번 정도 정독하듯 본다는 이들은 직업병도 별나다. 극장에서 개봉 영화는 웬만하면 보지 않는다. “저 장면 왜 안 썼지 한숨만 나오니까요. 영화를 봐야 하는데 장면에만 집착하니 지엽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별난 직업병까지 견디며 예고편을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남이 찍은 영화를 가지고 뭔가를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저만의 창작물을 찍고 싶죠.”(최 대표) “영화를 즐기는 것의 끝은 영화 제작이 아닐까요. 우리가 만든 영화의 예고편을 우리가 만드는 게 꿈입니다.”(김기훈 씨)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