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식감독 1호로 꼽히는 김수진 푸드&컬처 코리아 원장. 요즘엔 영화 ‘식객2’ 촬영을 앞두고 오직 김치 생각뿐이다. 사진은 SBS 드라마 식객 촬영 때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영화 ‘식객’ ‘왕의 남자’ 등 맡아
한일 김치전쟁 ‘식객2’ 준비중
김치 종류만 200가지 선보여
스물넷에 시집와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었다.
고추장 된장 청국장을 일일이 담그고, 빠짐없이 절기 음식을 만들던 고된 시집살이. 매일 야단맞고, 눈물도 흘렸다.
주부 김수진 씨(54)가 ‘집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서른네 살 때인 1989년. 남편이 동생을 위해 보증을 섰다 집이 날아갔다. 자신의 손맛을 믿고 덜컥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반지하에 보쌈전문점을 열었다. 그 후 하루 세 시간이면 많이 자는 거였다. 보쌈전문점은 말 그대로 ‘대박’.
매장을 늘리는 와중에 건강이 악화돼 음식점은 접었다. 하지만 한식에서 늘 아쉬웠던 ‘멋내기’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2002년 ‘푸드&컬처 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요리와 스타일링을 가르치는 전문가로 나섰다.
‘보기 좋은 음식’으로 이름을 알리던 김수진 푸드&컬처 코리아 원장에게 영화계가 손짓했다. 영화 ‘식객’ ‘왕의 남자’ ‘미인도’ ‘쌍화점’의 음식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스크린에 올랐다. ‘국내 음식감독 1호’라고 불리게 됐다.
요즘 김 원장의 생각은 오직 김치. 한국과 일본의 김치전쟁을 다룬 ‘식객2’의 촬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한 김치 종류만 200가지다.
주인공 성찬 역에 진구, 일본 김치의 달인 역엔 김정은이 캐스팅됐다. 둘 다 김 원장에게서 무채 써는 법부터 배웠다.
“김정은 씨는 손에 물집도 생겼어요. 그래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핸드볼 연습보단 덜 힘들다고 하기에, ‘눈물나게 해주겠다’고 했죠.”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세계를 돌며 한식 행사를 많이 치른 김 원장은 전통만 강조하면 세계화는 어렵다고 단언한다.
“외국에서 한국과 똑같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나요? 한국에 진출한 유명 해외 레스토랑도 우리 입맛을 반영했더라고요. 장류를 응용한 소스를 만들어 각 나라에 맞게 조금씩 바꿔야 해요.”
“한식은 그릇에 푸짐하게 누워 있어요. 예를 들면 잡채를 먹어도 막 당겨 와야 되고, 민망하잖아요. 한식에 디자인을 입혀 누운 음식을 각도 있게 세우고, 퓨전 코스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싶어요.”
김 원장은 매일 아침, 한때는 원망도 했지만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돌아가신 시어머니 사진에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한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