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현수의 뉴스데이트]국내1호 음식감독 김수진 원장

입력 | 2009-07-21 02:57:00


국내 음식감독 1호로 꼽히는 김수진 푸드&컬처 코리아 원장. 요즘엔 영화 ‘식객2’ 촬영을 앞두고 오직 김치 생각뿐이다. 사진은 SBS 드라마 식객 촬영 때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된 시집살이서 배운 손맛이 한식 노하우”
영화 ‘식객’ ‘왕의 남자’ 등 맡아
한일 김치전쟁 ‘식객2’ 준비중
김치 종류만 200가지 선보여


스물넷에 시집와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었다.

고추장 된장 청국장을 일일이 담그고, 빠짐없이 절기 음식을 만들던 고된 시집살이. 매일 야단맞고, 눈물도 흘렸다.

‘시집살이만 하다 인생이 끝날 것 같다’고 생각하니 서서히 오기가 생겼다. 언젠가 ‘시집살이 손맛’을 써먹겠다며 배운 걸 틈틈이 적고 응용도 해봤다.

주부 김수진 씨(54)가 ‘집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서른네 살 때인 1989년. 남편이 동생을 위해 보증을 섰다 집이 날아갔다. 자신의 손맛을 믿고 덜컥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반지하에 보쌈전문점을 열었다. 그 후 하루 세 시간이면 많이 자는 거였다. 보쌈전문점은 말 그대로 ‘대박’.

매장을 늘리는 와중에 건강이 악화돼 음식점은 접었다. 하지만 한식에서 늘 아쉬웠던 ‘멋내기’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2002년 ‘푸드&컬처 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요리와 스타일링을 가르치는 전문가로 나섰다.

‘보기 좋은 음식’으로 이름을 알리던 김수진 푸드&컬처 코리아 원장에게 영화계가 손짓했다. 영화 ‘식객’ ‘왕의 남자’ ‘미인도’ ‘쌍화점’의 음식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스크린에 올랐다. ‘국내 음식감독 1호’라고 불리게 됐다.

요즘 김 원장의 생각은 오직 김치. 한국과 일본의 김치전쟁을 다룬 ‘식객2’의 촬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한 김치 종류만 200가지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에 김치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붐이 일었어요. 하루에만 중국 관광객 800명이 김치 만드는 걸 배우겠다고 온 적도 있었죠. 그때 세계화로 잇지 못했던 게 늘 아쉬웠는데, 이번 영화가 기회란 생각이 들어요.”

주인공 성찬 역에 진구, 일본 김치의 달인 역엔 김정은이 캐스팅됐다. 둘 다 김 원장에게서 무채 써는 법부터 배웠다.

“김정은 씨는 손에 물집도 생겼어요. 그래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핸드볼 연습보단 덜 힘들다고 하기에, ‘눈물나게 해주겠다’고 했죠.”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세계를 돌며 한식 행사를 많이 치른 김 원장은 전통만 강조하면 세계화는 어렵다고 단언한다.

“외국에서 한국과 똑같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나요? 한국에 진출한 유명 해외 레스토랑도 우리 입맛을 반영했더라고요. 장류를 응용한 소스를 만들어 각 나라에 맞게 조금씩 바꿔야 해요.”

김 원장은 요리부터 스타일링, 마케팅까지 한곳에서 배울 수 있는 한식전문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했다.

“한식은 그릇에 푸짐하게 누워 있어요. 예를 들면 잡채를 먹어도 막 당겨 와야 되고, 민망하잖아요. 한식에 디자인을 입혀 누운 음식을 각도 있게 세우고, 퓨전 코스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싶어요.”

김 원장은 매일 아침, 한때는 원망도 했지만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돌아가신 시어머니 사진에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한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