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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여름이면 괴롭다! 하염없이 흐르는 땀…나도 다한증?

입력 | 2009-07-22 02:54:00


《회사원 정모 씨(28·여·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남자친구와 손잡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소원이다. 정 씨는 손에 땀이 많은 편이다. 연필이나 버스 손잡이에 흥건하게 땀이 묻어난다. 심지어 살짝 주먹만 쥐어도 땀이 흐른다. 여분의 블라우스를 챙기는 것은 이미 오래된 습관이다. 이런 탓에 남자친구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

카페인 성분 많은 커피 홍차 자제…아이스 허브티-한방차 마셔야

국소도포제로 땀 분비 억제… 주사-전기치료법 다한증 치료 효과

날씨가 더워지면서 정 씨처럼 땀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몸이 허하다’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다한증일 확률이 꽤 높다. 만약 다한증이라면 기력이 강해지는 보약을 먹었다고 해서 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성인은 하루 0.25∼0.9L의 땀을 흘린다. 운동을 하거나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갈 때는 1시간에 2L의 땀을 흘리기도 한다. 다한증일 때는 이보다 훨씬 심해 특정 부위에서만 5분간 50L 이상의 땀이 배출된다.

○ 혹시 내가 다한증?

온몸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지만 증상을 느끼지도, 치료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땀을 적게 흘리는데도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아주 조금만 땀이 흘러도 신경이 쓰여 무턱대고 과도한 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다한증은 ‘매우 주관적인’ 질병으로 꼽힌다.

물론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 △땀으로 윗옷 겨드랑이 부분이 젖거나 △겨드랑이 땀 때문에 예쁜 실크블라우스나 색깔 옷을 못 입거나 △손의 땀 때문에 악기를 다루기 힘들거나 △손의 땀이 컴퓨터 자판에 묻거나 △손의 땀 때문에 악수하기 꺼려지거나 △종이, 필기구가 땀에 젖어 시험을 보거나 글을 쓸 때 불편하거나 △발의 땀 때문에 샌들이 미끄러워 신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이 느껴진다면 다한증으로 봐야 한다.

김범준 중앙대 용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다한증은 생명을 좌우하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땀을 너무 많이 흘리거나 대인관계나 학업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생활습관 고치면 증상도 줄어

땀의 양이 심각하게 많지 않다면 평상시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불편을 상당 수준 줄일 수 있다.

땀을 줄이려면 우선 카페인 성분을 함유한 커피나 홍차를 너무 자주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이런 차들은 땀의 분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 대신 땀이 덜 나도록 하는 아이스 허브티나 한방차를 마시도록 하자. 술 마신 다음 날 몸 안에 남아있는 알코올도 땀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지나친 음주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땀이 흐르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자주 닦아주는 게 좋다. 손발의 표면온도가 떨어지면 이 온도와 체내 중심부의 온도 사이에 격차가 커지면서 땀 분비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손과 발은 여름에도 가급적 따뜻하게 해 주는 게 좋다. 통풍도 관건이다. 기능성 재질의 옷보다는 순면으로 된 옷을 입는 게 좋다.

긴장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장승호 강남 후즈후피부과 원장은 “땀은 스트레스 및 긴장과 깊은 연관이 있으므로 평소 심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좋다”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요가, 명상 같은 것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다한증 단계별로 치료

땀으로 인한 불편이 크다면 생활습관 관리만으로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이 경우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우선 1단계로, 국소도포제를 사용하면서 땀을 줄이도록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을 병행하도록 한다. 국내에 출시된 바르는 국소도포제는 ㈜한국스티펠의 ‘드리클로’, 성광제약 ‘데오클렌’, 신신제약 ‘노스엣’, 태전약품의 ‘데오란트’, 동성제약의 ‘디클리어액’ 등이 있다. 특히 드리클로는 겔 형태로 돼 있어 땀샘 입구를 병마개처럼 막아 땀 분비를 억제하는 제품으로, 2005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됐다.

1단계 효과가 덜하다면 다음 단계인 주사요법과 전기치료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주사요법(보톨리늄 톡신)은 시술 후 3∼7일이 지나면 땀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6개월 단위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주사 시 통증이 수반되는 것은 단점이다. 전기이온영동법은 땀샘에 전기자극을 줘 일정기간 땀이 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손발 다한증의 치료에 사용되며 효과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 방법 또한 약 10회에 걸쳐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등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다면 최종 단계로 수술이 검토된다. 수술을 통해 땀의 분비를 반영구적으로 억제하는 방법. 비디오 내시경을 이용해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교감신경절제술이 대표적이다. 효과는 반영구적이지만 약 30% 정도는 수술 후 몸의 다른 부위에서 땀이 나는 이른바 ‘보상성 다한증’이 나타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박보미 대학생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