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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카페]한국 홍삼, 중동시장서 심봤다

입력 | 2009-07-22 02:55:00


사우디 부호 모친 당뇨병 효험

인삼공사 252억원 수출 계약

인삼, 그중에서도 홍삼(紅蔘)은 어쩌면 한국의 자존심입니다. 국내에서 홍삼을 제조하기 시작한 건 1000년도 더 됐죠. 우리 조상들은 발효저장식품인 김치를 고안해냈듯, 인삼도 창의적 방법으로 개발했습니다. 밭에서 재배한 일반 ‘수삼’이 쉽게 부패하는 걸 발견하고는 수삼을 햇볕에 말린 ‘백삼’을 생각해냈죠. 조상들은 수삼을 증기로 쪄 말려봤습니다. 그랬더니 10년간 장기 보존이 가능해졌죠. 바로 대대로 귀한 대접을 받은 홍삼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제무대에서 홍삼 종주국의 위상이 1990년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량 공세를 앞세운 미국산과 중국산 홍삼의 ‘삼해전술’(蔘海戰術)이라고나 할까요. 하긴 국산 고가(高價) 홍삼은 중국산 저가 홍삼보다 무려 20배 이상 비쌉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인삼공사가 국산 홍삼의 자존심을 치켜 세워줄 개가를 올렸습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로부터 우수의약품 및 건강식품제조시설(GMP) 인증을 받고 홍삼을 ‘의약품’으로 팔게 된 겁니다. 20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알무타와그룹의 슐레이만 회장과 2012년까지 2000만 달러(약 252억 원)어치 홍삼 제품을 수출하는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국산 홍삼이 중동으로 나가게 된 배경이 흥미롭습니다. 중동 국가는 육류와 유제품을 주로 먹는 식생활 전통과 더운 날씨로 인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문화로 많은 사람들이 비만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평균 수명도 65세 정도로 짧은 편이라 장수 식품이나 의약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각별하다죠. 중동지역의 건강 관련 식품 및 의약품 시장은 1조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슐레이만 회장은 몇 년 전 한국 방문 때 선물받은 한국 홍삼을 당뇨병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께 복용케 한 후 그 효능에 반해 이번에 한국인삼공사와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중동지역에서 홍삼이 삼성, LG, 현대자동차와 더불어 수출 역군이 되겠다는 공사 측의 다짐이 귓전에 맴돕니다.

홍삼시장이 점점 커지는 이때, 한국이 홍삼 종주국으로 다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