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TV를 틀면 거의 매일 나오는 광고가 있다. ‘헤드온(Head-On)’이라는 이마에 바르는 두통약 광고인데 빠른 고음의 여성 목소리로 “Head-On! Apply directly into your forehead(헤드온, 이마에 직접 바르세요)”라는 문장이 계속 반복된다. 하도 듣다 보니 짜증이 나면서도 귀와 혀에 저절로 배어든다.
요즘 워싱턴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집요함과 성실성을 이 광고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이 몇 주째 거의 매일 토론회나 주민 간담회, 연설을 통해 건강보험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주일만 돌아봐도 △13일 공중위생국장 지명 발표 연설 △15일 간호사협회 토론 △16일 공화당 상원의원 초청 백악관 간담회 △17일 직접 성명 발표 △17일 주례 라디오 연설 △20일 어린이의료센터 간담회 등 대통령이 최일선에서 직접 뛰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 22일엔 특별 생방송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그의 토론을 지켜보면 콘텐츠의 구체성과 시의성에 놀라게 된다. 개혁의 당위성이라는 큰 그림만 반복해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의 뜨거운 논쟁거리, 야당과 미디어에서 제기한 의문점을 논리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하고 호소한다.
그는 먼저 참석자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주다가 자연스레 본인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할 기회를 잡는다. 20일 워싱턴 시내 어린이의료센터에서도 의료 종사자들의 얘기를 경청하다가 최근 한 공화당 상원의원이 “건강보험 개혁을 저지하면 바로 그게 오바마의 워털루 전투가 될 것(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 패배를 계기로 쇠락한 것에 비유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화제에 올렸다. “이건 정말 나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고개를 흔들면서 “(고비용·저효율 건강보험 시스템으로 인해 고통 받는) 미국의 가정, 기업인, 경제를 위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공화당이 연일 ‘사회주의적’이라고 몰아붙이지만 대통령이 수시로 야당 의원을 만나 토론하는 덕에 반대파의 낙인찍기 전술 효과는 반감된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가 많고, 이 문제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어려운 형국이다. 역대 숱한 정부가 시도했지만 모두 좌절한 건강보험 개혁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저렇게 매일 직접 뛰려면 항상 얼마나 많이 준비하고 열정을 유지해야 할까’라는 감탄과 더불어 ‘한국에서도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든다.
이기홍 워싱턴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