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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장영근]나로호 발사, 국민 통합 계기로

입력 | 2009-07-22 02:55:00


40년 전 어제 미국의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유인 달 탐사계획이었다. 러시아(옛 소련)와의 우주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2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을 투입했다. 지금 금액으로는 수백조 원에 해당한다. 40만 명의 과학기술자를 동원했다. 이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 개발에서부터 엄청난 부수효과를 얻었다.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까지 미국은 여섯 차례나 유인 달 탐사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달 착륙 성공은 미국이 우주경쟁에서 러시아를 압도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하지만 오늘날 우주인의 달 착륙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다른 행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도 우주에 떠 있는 작은 원형의 푸른 행성에 불과하다. 지구를 벗어나 좀 더 글로벌한 개념으로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달에 가는 데 지구에서 3일 정도 걸린다. 운송수단이 미비했던 100년 전 같으면 서울에서 대전에 갈 때 걸리는 시간에 불과하다. 지금은 국기를 먼저 꽂기 위해 달에 갈 이유는 없다. 달은 지구환경의 한 부분이다. 과학기술의 발전, 지구에 대한 소행성의 위협에 대비한 경보시스템의 구축, 자원의 보고로서 달은 인류의 미래 삶의 질 증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20년경에 다시 우주인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이번에는 우주인이 달에 수십 시간 머물다 귀환하지 않는다. 6개월 이상 장기 체류할 예정이다. 달 기지를 건설한다는 의미다. 차원이 다른 유인 달 탐사가 될 모양이다. 달에 중간기지 거점을 확보하면 2037년경에는 우주인을 화성에 보낸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래의 달과 화성 탐사는 미국 단독이 아닌 국제협력 프로그램의 틀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서다. 각국이 우주탐사에 공동으로 투자해서 이득을 나누자는 방식이다. 미래에 자원의 재활용 같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 없이는 유인 우주탐사는 어려워 보인다. 우주인은 달이나 행성에 장기간 체류하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우주인에게 필요한 물과 산소, 음식을 매번 수송할 수는 없다. 직접 생산하거나 재생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생활용품을 지구에서 가져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달 착륙 40주년이 되는 이즈음 한국도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로 긴장된 분위기다. 유인우주선을 발사하진 않지만 우리 땅에서 우리의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올린다는 데 의미는 작지 않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 첫 우주항구인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됐다. 우주개발 자립국으로서의 기본 틀은 갖추는 셈이다. 달이나 화성 탐사에 국내 자립기술이 없으면 국제 우주협력 프로그램에 참여도 못하는 현실이다. 미래에 우주탐사에 따른 과실도 공유할 수 없다. 우주발사체 개발에 단기간의 경제성이나 타당성을 따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40년 전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통해 국가의 위상 제고와 국민의 자긍심을 얻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지만 국민의 단합된 힘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힘겨운 시기다. 나로호 발사가 단순한 위성발사가 아니라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하늘을 가르는 로켓엔진의 엄청난 힘으로 미래를 향한 중단 없는 전진을 기약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