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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전문가가 전하는 맥주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 2009-07-22 08:00:00


거품 넘쳐야 제맛? 500cc땐 2㎝가 제맛

무더운 여름철 마시는 시원한 한 잔의 생맥주는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데 최고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하기 때문.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똑같은 생맥주도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 누군가는 말한다. 생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최고의 방법은 남이 사주는 맥주를 마시는 거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테크니컬한 부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생맥주 전문가로 통하는 오비맥주 생맥주팀 우정욱 과장(사진)에게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생맥주와 병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 약간 미지근한 온도로 마셔요

우 과장은 맥주의 맛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라고 강조한다. 한국인 대부분은 이가 시릴 정도로 아주 차가운 맛을 선호한다. 이를 지칭하는 일본말을 써가며 주문하는 모습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마시면 맛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혀를 마비시켜 맛을 싱겁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름에는 4∼6도, 겨울에는 8∼10도 정도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아주 차갑지 않으면서 약간 미지근한 느낌이 들 때라고 이해하면 된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이 보다 몇 도 높은 ‘제대로’ 미지근한 온도에서 마시는 것을 더욱 즐긴다.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얼린 잔은 절대 피해야 한다. 맥주를 차갑게 만드는 게 일단 안 좋고, 또한 싱겁게 만든다.

○ 2cm의 거품을 만들어 마셔요

맥주의 맛은 온도에서 시작해 거품에서 완성된다. 맥주를 따르거나 받을 때 처음에는 잔을 기울였다가 나중에 수직으로 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직으로 받으면 거품이 너무 많이 나 기울인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득한 상식.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알맞은 두께의 거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거품은 맥주의 탄산가스가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고,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 산화하는 속도를 늦춰주는 뚜껑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500cc 기준으로 보면 황금비율을 만드는 거품의 두께는 2cm다. 손가락 두 개를 포개놓은 정도. 우 과장은 “거품에는 이산화탄소, 단백질, 호프가 들어 있는데 2cm의 거품일 때가 최적의 맛을 선사 한다”고 말한다.

○ 피처로 마시지 마세요

동일한 생맥주가 담긴 2000cc 피처. 테이블에 동석한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의 잔을 채워주며 맥주를 마신다. 그런데 이들이 마시는 맥주의 맛은 같을까. 답은 ‘NO’다. 따르는 방법과 이로 인해 만들어진 거품의 두께가 다르기 때문.

‘애정이 넘친다’며 철철 넘치게 따른 잔의 맥주는 진짜 애정이 넘치는 잔이 아니다.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에게 따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거품을 제거하고 마시는 데 이 때 그 속에 담긴 탄산가스가 날아가 싱거워지기 때문이다. 넘치지 않게 따랐다 해도 거품의 비율 또한 제각각이다.

맛이 이처럼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500cc 또는 전용 잔에 마셔야 한다는 게 우 과장의 지론. 몇 천원 아끼려고 피처로 시켜 마시는 건 결과적으로 손해다.

○ 첨잔하면 큰일나요

일반 회사의 회식 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잔에 맥주가 남아있는 데도 맥주를 채워주는 거다. 이런 흔한 풍경이 맥주회사의 회식 자리에는 없다. 첨잔이 맛을 얼마나 떨어뜨리는 요인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우 과장은 “아마 우리 회식 자리에서 첨잔하면 맞아죽을 거다”고 말한다. 오래 숙성한 와인은 생기와 풍미를 살리기 위해 어린 와인을 조금 넣어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맥주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마시다 남은 김빠진 맥주에 따른 신선한 맥주는 하향 평준화의 법칙을 따른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