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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베이스볼] 송승준 3연속 완봉은 ‘신의 예술품’

입력 | 2009-07-22 08:18:00


구위+배짱+제구력+경기운영능력+심판운 합작

롯데 송승준(29)이 최근 14년 만에 3연속경기 완봉승에 성공하면서 그 의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완봉승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였기에 더 그렇다. 1997년(18회)과 1998년(22회)을 기점으로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 국내 투수들의 완봉승은 2001년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8번)와 올해(7번) 정도가 깜짝 반등세다. 갈수록 보기 힘들어서 더 짜릿한 완봉승의 묘미.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완봉 줄어든 이유? ‘투수 분업화 정착’

올 시즌 7번의 완봉승 중 9이닝 완봉은 총 6차례(삼성 크루세타는 강우콜드게임으로 인한 6이닝 완봉). 송승준이 3번, 한화 류현진이 2번, 롯데 장원준이 1번이다. 셋은 지난해에도 1차례씩 완봉승에 성공했던 투수다. 결국은 ‘하던 사람이’ 했다는 얘기다. 명투수 출신인 삼성 선동열 감독은 완봉승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로 ‘투수 분업화 정착’을 꼽으면서 “요즘 웬만한 선발투수는 6-7회 정도 던지면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한계투구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번 완봉을 하면 평균 140-150개는 던졌다”던 SK 김상진 투수코치의 기억은 말 그대로 ‘옛날 일’이 돼버린 것이다. 김 코치는 “오래 못 버티는 선발들이 많아지면서 중간투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린다. 때문에 최근의 완봉승에는 불펜의 힘을 비축해준다는 의미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감독들 “완봉을 위한 완봉은 안 돼”

완봉승에 대한 감독들의 시선도 각기 다르다. 선 감독은 “한계투구수가 120개인 투수가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면, 정해진 투구수가 넘더라도 완봉에 도전시키겠다. 성공하면 한계투구수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도 “투수의 자부심을 키워주고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끝까지 혼자 막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올 시즌 롯데에서 완봉승이 4번이나 나온 건 우연이 아니었던 셈.

반면 LG 김재박 감독은 “정해진 투구수 이상을 던지면서까지 무리하게 완봉승을 챙겨주지 않는다. 현대 시절부터 그랬다”고 했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도 “이현승이 몇 차례 완봉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무리해서 완봉한 뒤 다음 등판에 영향을 준다면 개인과 팀에 모두 안 좋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한계투구수가 많은 투수일수록 완봉승에 도전하기 쉽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SK 송은범(144개). 김광현(SK)과 봉중근(LG)은 각각 134개와 133개까지 던졌다. 김시진 감독은 “한계투구수는 선수, 컨디션, 경기내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등판을 준비한 몸 상태와 구속, 제구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한계를 파악하고 결정한다”고 했다.

○송승준은 어떻게 ‘완봉맨’이 됐나

송승준은 3연속경기 완봉승을 하는 동안 투구수 98개-114개-119개로 막아냈다. 매 이닝을 평균 12개 정도로 처리했다는 얘기다. 그는 “제구력이 좋아지면서 볼넷이 줄었다. 또 공격적으로 던져야 투구수도 줄고 더블플레이도 나온다. 삼진을 노리기보다 맞혀 잡는 피칭에 주력하니 공 3-5개 정도에 한 타자를 잡을 수 있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경기운영 면에서 완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많다. 로이스터 감독은 “투구가 포수에 도달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0.5초가량 짧아졌다”고 귀띔했고, 김상진 코치도 “주자 견제나 퀵모션 등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고 칭찬했다. 물론 강한 어깨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뒷받침된다. 송승준은 “평소 어깨 근육운동을 많이 한다. 또 항상 따뜻하게 입어 어깨를 보호한다”면서 “투구 다음날엔 절대 공을 만지지 않고 스트레칭과 어깨 마사지를 충분히 받는다”고 설명했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에 공격적으로 피칭할 수 있는 배짱, 4사구를 막는 제구력과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 여기에 수비 실책과 심판의 오심을 피해가는 ‘운’도 따라야 한다. 완봉승이란 이처럼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물렸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그만큼 성공에 따른 쾌감도 크다. 송승준은 “첫 완봉 이후 자신감이 붙어서 2번, 3번의 완봉이 가능했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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